안철수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인가, 대권주자인가. 한국형 정당정치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몰고온 안철수 교수가 시대정신의 전도사로서 야당 후보가 대권을 잡도록 분위기를 잡아주는데 그칠지, 실제 대통령으로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금 항간의 각종 여론조사는 안 교수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필적할 시민 후보로 지목하고 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주듯, ‘자리’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킹메이커인지 킹인지에 대한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장외’의 승리로 끝나면서 국민 시선이 안교수 일거수 일투족에 더욱 집중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소통의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김택환 박사(중앙일보 미디어전문기자)는 자신의 저서 ‘안철수는 바람개비’에서 안 교수가 주도하고 있는 시대정신 나눔 소통의 마당 ‘청춘콘서트’와 장외에서 대안을 찾을 수 밖에 없는 민심, 향후 정치지형을 분석하면서, 안 교수가 최소한 내년 대선국면에 ‘페이스메이커’ 역할은 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율 교수는 안교수의 등장에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그가 대통령 되면 잘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국민이 좋아한다는 점과 나라를 끌고 갈 능력은 별개”라면서 ‘지금’ 안 교수의 국가지도자 자질에 대해 부정적 여운을 남겼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영향(influence)’과 ‘정치적 위력(power)’을 구분하면서 안 교수의 정치적 위상을 ‘영향’ 수준으로 보았고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야당의 변신에 따라 안 교수의 위상과 역할이 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안철수에 의한, 안철수를 향한 투표’라는 10.26 서울시장보궐선거가 끝난뒤 안 교수가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원장직을 사퇴하자 “안철수 ‘현상’은 이제 안철수 ‘국면’으로 전환됐다”는 섣부른 관측들이 흘러나왔다.
최근 안교수 주변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한 유명 정치전략가가가 안 교수에게 “어차피 안 교수가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는데, 일을 핑계로 은둔해 있다가 내년 하반기 ‘바람’을 일으키며 나서겠다는 속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날로 먹는 행위’이다. 준비하지 않으면 단기적 결실이 있더라도 나중에 실패한다”는 따끔한 충고를 했다는 것이다. 이는 묘하게 융합연구원장 사퇴와 맞물려 준비를 시작한 한 징후로 회자되고 있다. 항간의 섣부른 관측이 사실이라면 그는 ‘킹’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대권도전 의향에 대한 질문을 받을때면 늘 “학교일 하기도 바쁜데...”라고 했던 안교수가 ‘학교 일’ 하나를 덜었다는 점에서 ‘모종의 준비’를 위한 시간을 조금씩 확보했다는 뜻으로 읽히고 있는 것이다.
김택환 박사는 2주전 출간한 ‘안철수는 바람개비’에서 ‘준비된 대통령’론을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돌풍으로 당선된 이후 ‘준비되지 않은 면’을 노출해 좋은 평가 만큼이나 좋지 않은 평가도 많이 들었다는 것이다.
신교수, 김교수, 김박사, 고박사가 내년 대선국면 안교수가 모종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일제히 킹으로서 ‘깜’이 되느냐는 문제에서 현재로선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것도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점을 근저에 깔고 있다.
‘준비’와 관련해 김 박사는 생활정치, 세계 경제 위기대응력, 신성장 동력과 복지, 남북관계 개선, 소통능력, 국민의 행복 등을 대통령 자격의 핵심키워드로 들었다.
고 박사는 “파워게임에 가담하고 정치적 상품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순수함에 반한 일부 지지자가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누군가 세련되게 새정치 열망과 정치적 기술을 잘 접목시키는 일을 처리해줘야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어느날 ‘짠’하고 나타나서 될 일이 아니라는 의미가 감춰져 있다.
신율 교수도 운동권은 운동권이고 정치인은 정치인이라는 말로 ‘현재의’ 안교수의 정치적 능력에 일정한 선을 그었다.
안 교수가 몸소 ‘킹’으로 나설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한국 정당정치가 제자리를 잡지못한채 난맥상을 노출하는 한, 앞으로 1년 내내 ‘킹’ 못지 않은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함영훈 선임기자 @hamcho3> /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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