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문제로 검찰과 경찰 수뇌부가 극도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경찰의 수사 개시(진행)권과 검찰의 수사지휘의 범위와 관련한 ‘자구 수정’을 놓고 막판 논란을 벌이고 있다.

주목할 점은 검사출신 의원이 많은 한나라당은 검찰 의견을 일부 수용해 당초 법제화안의 일부 법조문 자구 수정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은데 비해, 국회의원을 거의 진출시키지 못한 경찰에 대해서는 야당이 ‘원안 고수’로 엄호해주는 양상으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 다르고 ‘아’ 다른 법조문의 특성 때문에 경찰과 검찰은 자신들이 원하는 ‘자구’가 최종 성안될 수 있도록 인터넷 등을 통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이 검찰편을 들고 야당이 경찰을 엄호해주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이에 뒤따르는 정치적 이해득실도 작지 않기 때문에, 30일 오후 진행될 한나라당 의총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함영훈 선임기자 / <함영훈의 인사이트> ‘자구 수정’ 막판 경쟁…여검야경(與檢野警) 논란도
함영훈 선임기자 / <함영훈의 인사이트> ‘자구 수정’ 막판 경쟁…여검야경(與檢野警) 논란도

수사 개시권과 관련한 형사소송법 제196조 ①항에 대해 사개특위 검찰 소위의 당초 원안은 ‘사법경찰관으로서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검찰은 원칙적으로 수사개시권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정 바꾸려면 ‘수사를 개시하여야 한다’로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사개시때에만 경찰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지, 나머지 수사 진행 과정에서는 검찰의 지휘를 반드시 따르도록 하겠다는 포석이다.

경찰은 원안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경찰이 수사를 하고 진행까지 하는 상황이고 이같은 현실이라도 법조문에 반영하자는 것이 이번 사개특위 법개정의 취지인데, 달랑 ‘개시’만 인정하면 사개특위 개혁의 취지가 무색해 진다는 것이다. ‘수사하여야 한다’로 표현된다면 수사개시 및 진행권이 모두 보장되는 것이다.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를 명시한 제196조의2 ①항에 대해서도 사개특위 원안은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대한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를 따라야 한다’로 표현하고 있는데, 검찰은 ‘수사에 관한 검사의 지휘에 따라야 한다’로 바꿔, ‘포괄적인고 일반적인 수사지휘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찰은 이 조항도 역시 원안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사개특위 원안 발표 이전에 검사의 잘못된 지휘 가능성도 있으므로 경찰의 ‘이의 제기권’을 두어야 하며, 이 ‘이의제기권’은 검사동일체인 검찰내에도 있는 제도인데 이를 명시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지휘조차 그대로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는 이유를 들어 이의제기권을 간곡히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사개특위 ‘원안’ 문구는 경찰이 감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한다.

즉 검사가 체포영장, 구속영장 청구권을 갖고 있고, 경찰사건을 송치받아 사건을 한 번 더 들어다 볼 수 있는데다, 최종적으로 사건수사의 종결이라고 할 수 있는 재판 회부(기소) ‘결정권’까지 갖고 있는 만큼, ‘검사의 지휘가 있는때에는’이라는 표현을 반드시 넣어, ‘지휘가 없을 때 만큼’, 즉 최소한 이 정도 나마 사법경찰관의 재량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검사의 ‘일반적’ 지휘를 유지할 경우 사법개혁은 ‘도로아미타불’이 된다고 일선 경찰관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검찰측은 “우리는 수사개시권을 경찰에 부여하는 것 자체를 계속 반대해 왔지만, 이 부분은 지금 반대만 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검찰에 대한 경찰의 복종 의무가 빠진 만큼 ‘수사에 관한 검찰의 지휘에 따라야 한다’는 조문은 살아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경찰 간부는 “검경 수사권 관련 우리 경찰관들은 ‘세계 어떤 제도를 수용해도 받아들이겠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 수사권 제도는 ‘기형 중 기형’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사무처 한 입법조사관은 “지금 사개특위가 경찰에 완전한 수사권을 주는 ‘큰 논의’를 할 시간은 없다.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현실을 시대에 맞게 법률에 반영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조사관은 “통상 우리가 검토보고서를 내는데, 이번 만큼은 검토보고서를 내지 않도록 합의하는 바람에 총론만을 말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수사권 독립으로 나아가야 한다는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 현재 ‘완전한’ 독립으로 바로 가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단계적 독립으로 가야하는 것은 맞다”고 전제한 뒤, “검사의 지휘권을 없애는 것도 아니므로 ‘개시’만 하고 독자적 진행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법조문에 ‘개시’라고 명시하는 것은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는 표현과 관련, “현재 논의는 경찰 수사권 독립을 완성하는 단계는 아니다. 경찰이 일반적인 수사진행에서 일일이 검사의 지휘를 받고 있지 않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볼 때 ‘수사에 관한 검사의 지휘에 따라야 한다’고 ‘일반적 지휘’로 규정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장교수는 소환조사, 입건 등 과정에서의 통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의 청구권한은 검찰에 있다. 인신의 구속, 체포에 관해 검사의 지시는 필요하다. 그러나 강제구인이 아닌 소환이나 입건까지 검사가 통제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30일 오후 의총에서 한나라당이 ‘검찰편’이라는 오해를 씻고 합리적인 토론을 전개할지 주목된다.

<함영훈 선임기자 @hamcho3>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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