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어려울수록 투자를 더 확대해야 LG의 미래가 있다”(구본무 LG 회장)
LG전자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약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10년여 만에 LG전자가 유상 증자를 단행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LG가 위기 극복을 위해 사실상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위기를 정면 돌파해 LG전자 뿐 아니라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 계열사 전체의 반전을 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LG전자 관계자도 이와 관련 “스마트폰 등 주력사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재원을 안정적으로 우선 확보하려는 것이지, 유동성 위기 때문은 아니다”고 각별히 강조했다.
현재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 계열사들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 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국제신용평가사들은 LG전자의 신용등급과 신용등급 전망을 일제히 하향조정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중순 LG전자의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했고 무디스는 신용등급은 Baa2로 유지하면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피치도 최근 신용등급 ‘BBB’의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LG전자 뿐아니라 LG디스플레이도 3분기 영업손실이 4921억원으로 작년 4분기부터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2분기 59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던 LG이노텍은 3분기 54억원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이 동반으로 크게 부진한 것은 시장 침체와 함께 무엇보다 부품 주요 공급처인 LG전자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부진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 계열사 전체의 부진으로 확대되고 있는 형국이다. LG전자가 살아야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까지 턴어라운드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LG전자의 턴어라운드가 쉽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영업이익의 절반 가량을 책임져 왔던 휴대전화 부문, 특히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과 주요 수요처인 선진국 경기 침체가 주 원인이다. 스마트폰과 휴대전화 사업을 책임지는 LG전자의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사업 부문은 올 3분기에만 영업138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가 2분기(539억원)보다 훨씬 커졌다. 결국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동반되지 않고서는 턴어라운드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LG전자가 적극적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LG전자 측 역시 자금의 사용처와 관련해, 무엇보다 스마트폰 등 주력사업 분야에서 흔들림 없는 투자를 지속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 조기에 사업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나 인재 확보도 더욱 공격적으로 추진해 다가올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태양광, 발광다이오드(LED), 수처리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한편 LG는 구본무 회장 주재로 약 한달 간에 걸쳐 올해의 사업성과를 점검하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업적보고회에 돌입한 상태다. 업적 보고회는 구 회장과 계열사 경영진이 따로 만나 경영현황과 사업전략을 논의하는 최고경영전략회의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 어렵다고 해서 신사업과 R&D 등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낙관하기 어려운 LG의 앞날. 과연 LG가 과감한 투자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영훈 기자/par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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