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7회> 열망을 품은 도전 30

“제 아버지에게 어떻게 복수를 하시겠다는 건지 통 모르겠어요.”

한동안의 시간이 흐르고, 커피를 마시고, 가슴까지 차올랐던 답답함을 삭인 후에야 유한솜은 겨우 입을 열어 이렇게 물어볼 수 있었다. 하긴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어떻게 복수를 할 것인지… 어느 정도까지 처절해지기를 바라는 것인지….

“너무 겁먹지 말아요, 한솜 양. 깡패처럼 내 손에 피를 묻혀가면서 해코지하지는 않을 테니까. 이를테면 신사적으로… 머리를 써서 현명하게 처신하겠다는 거야.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가 되겠지.”

“어떤 결과를 원하시는 거예요?”

“자네 부친이 피눈물 흘리는 꼴을 보고 말 거야. 나는 자네 부친의 몸에 손가락 하나도 대지 않아. 그러나 자네 부친은 참을 수 없이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피눈물을 흘리게 될 거야. 두고 봐.”

“제 아버지를 용서해주실 수는 없나요?”

“그럴 수는 없지. 자네 부친은 우리 집안을 송두리째 뒤엎은 사람이야. 나는 이미 오래전에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어.”

“제가… 아버지 대신 용서를 구하면 안 될까요? 속죄하는 일이라면 무슨 짓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어요.”

“뜻은 가상하지만 부질없는 일이야. 마음 같아서는 자네 아버지의 뼈를 갈아서 날마다 한 숟가락씩 술잔에 타 마시고 싶어. 날마다 자네 아버지의 멸망을 자축하며 샴페인을 터뜨리고 싶단 말이지.”

“그래도 용서해주실 수 있다면….”

“소용없다네. 자네가 어떤 생각을 하든 난 상관없어. 자네에게 미리 사과를 했으니 유독 걸리적대던 내 마음의 빚도 미리 갚은 셈이야. 이제 후련한 마음으로 복수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단 말이지. 자, 어때? 위스키라도 한 잔 할 텐가?”

독기라고 해야 할까? 휠체어에 앉은 채로 위스키를 따라 마시는 권일주의 표정에는 적당한 위협과 더불어 긴장감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비록 하반신이 마비되어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긴 하지만 그는 분명히 아마존 정글을 누비는 맹수와도 같았다. 먹지 않으면 먹히고야 만다는 긴장감….

“그만 갑시다, 한솜 씨.”

권도일이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 이제 그만하란 뜻이었다. 권일주도 더는 시간을 끌며 그녀를 잡아두고 싶지 않았다. 사과는 이 정도로 족했다.

“자네 아버지가 독 묻은 손으로 내 숨통을 조이고 있어. 하지만 나는 죽지 않는다. 이번엔 내가 손에 독을 묻힐 차례란 말이야.”

권일주가 위스키 잔을 집어던졌는지 ‘쨍그랑!’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유한솜은 이미 권도일의 손에 이끌려 호텔 방을 빠져나온 뒤였다. 방문이 닫히자 고요한 리조트호텔의 야경이 밀려왔다. 교교한 달빛 아래 펼쳐진 잔디 정원의 풍경은 끔찍하리만큼 아름다웠다.

“미안합니다, 유민그룹 공주님. 내 아버님을 너무 원망하지 마세요. 유민 회장 때문에 인생을 망친 데 대한 대가를 지불하려는 것이니까. 차에 타세요. 아까 만났던 그 장소까지 다시 모셔드리지요.”

권도일은 침착하게 차를 몰았다. 그는 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유한솜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그녀는 얼마 전까지 행복하게 거닐었던 하와이 카파훌루거리를 떠올리는 중이었다.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알로하타워를 거쳐 하나우마베이의 고즈넉한 풍경이 감은 눈 속에 어른댔다. 칼라우아거리의 중심가를 따라 줄줄이 이어진 레스토랑, 알라모아센터의 휘황한 불빛을 애써 떠올리고 있었지만… 웬걸, 눈을 뜨면 쓸쓸한 표정으로 얼룩진 권도일의 옆모습이 드러날 뿐이었다. 그녀가 하와이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던 동안에도 여전히 변함없었을 그 쓸쓸한 표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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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