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대사관 습격 사건의 여파가 확산되자 이란이 ‘서방 달래기’에 나섰다. 유럽 국가들이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연달아 대사관을 철수키로 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우려가 커진 탓이다.

라민 메흐만파라스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테헤란 주재 영국 대사관 습격 사건은 영국과 이란의 문제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고 현지언론들이 전했다.

메흐만파라스트 대변인은 “영국 정부가 양국간 문제를 다른 유럽국에도 확산시키려 한다”며 “우리는 유럽 국가들에 이란과 영국 문제 때문에 동맹이 영향을 받지 않았으면 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이란 청년들이 영국의 대(對) 이란 제재에 항의해 대사관을 습격하자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는 연달아 테헤란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거나 대사관 직원 일부를 철수시키기로 했다.

앞서 영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를 토대로 이란에 대한 강력한 추가 제재를 결정했다.

영국대사관 습격을 옹호했던 보수강경파들도 입장을 바꿨다.

보수강경파 성직자인 아흐마드 카타미는 “대사관 습격에 반대한다”면서 “이는 이란 주재 외교관들에게 불안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갈등을 빚는 중인 보수강경파는 처음에는 영국대사관 습격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이를 학생들의 ‘자발적 항의’라고 규정했었다.

보수강경파의 입장 변화는 영국대사관 습격 사건의 여파로 국제사회에서 이란의 고립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서방국들이 대(對) 이란 제재를 강화한 뒤 나온 것이다.

지난 1일 유럽연합(EU)은 제재 리스트에 개인 명단과 이란 회사 180개를 추가하기로 했다. 미국 상원은 이란 중앙은행을 세계 금융시스템에서 고립시키는 내용의 강력한 추가 제재안을 승인했다.

그러나 그간 침묵을 지키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전 세계가 우리에게 반기를 들어도 이란은 혁명의 원칙과 가치를 끝까지 지킬 것”이라며 외부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런던 주재 대사관에서 쫓겨난 이란 대사들이 3일 고국에 도착하자 100여명의 지지자들은 공항으로 몰려나와 대사들을 환영하며 ‘영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영국은 사건 다음날 테헤란의 대사관 직원 전원을 철수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런던 주재 이란 대사관의 즉각적 폐쇄를 명령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