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 자선냄비에 1억1000만원을 기부한 사람은 누구일까. 그걸 아는 사람이 있다.

지난 4일 서울 명동 우리은행명동지점 앞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에 1억1000만원짜리 수표 1장이 든 봉투를 넣고 유유히 사라진 정장 차림의 한 60대 초반 남성은 누구일까?

구세군은 익명 기부 원칙에 따라 수표 발행 금융회사인 ‘우리은행’과 ‘110,000,000원’만 공개했다. 구세군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표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기부자의 뜻에 따라 익명이 유지되도록 하자는 게 구세군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엔 기부천사를 아는 사람이 있다. 수표를 발행한 행원과 확인 도장을 찍은 지점장이다. 기부천사가 익명을 원한 점으로 보아 우리은행 명동지점에서 수표를 끊어서 바로 앞 구세군 냄비에 넣었다고 추측하기는 어렵다. 오래전에 수표를 발행해 보관해오다 4일에야 구세군 냄비에 집어넣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무리 거래가 많다해도 개인이 1억원도 아니고 1억1000만원짜리 수표를 발행하게 되면 그 업무를 처리해 준 행원은 고객이 기억에 남게 마련이다. 지점장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들은 고객이 누군지 알아도 말할 수 없다.

익명을 원한 기부천사의 뜻을 따르기위해서도 그렇지만 더 중요한 건 법이다. 말하면 위법(금융실명제법)이 되기 때문이다.

고객 정보를 알려줬다간 ‘금융실명제법’에 저촉된다.

금융실명제법은 차명 계좌 거래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해당 고객의 동의없이 계좌 정보를 제3자에게 알려주는 행위는 금융실명제법상 개인정보보호에 위반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표 번호만 확인되면 고객이 누구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이는 검사 등 아주 제한적인 목적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특정인을 지칭할 수 없을 정도로 묘사할 경우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는 따로 검토해봐야한다”고 덧붙였다.

매년 12월이면 거리에 등장하는 구세군 자선냄비에 거액을 기부하는 사례가 종종 소개되긴 하지만 기부자가 누구인지는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다. 거리 모금 특성상 대부분 익명 기부로 이뤄지는데다 법적으로 들어가면 금융실명제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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