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 개정 대장정’선언…디도스 수사관련 靑 보고·수사권 조정 실패 타개책 선택
10만 경찰의 수장인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최근 두 가지 위기가 동시에 찾아왔다.
우선 청와대 김효재 수석과 전화통화를 통해 ‘지난 10월 26일 재보선 당시 디도스 공격 수사 과정에 대해 보고했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외압은 없었다”는 청와대와 본인의 해명이 있었음에도 ‘청와대 눈치 보기’라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의 숙원인 ‘경ㆍ검 수사권’ 조정 이슈에서도 사실상 패했다. 일선 경찰관들의 집단행동에도 경찰의 입장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으로는 일선 수사경찰들의 비난이 거세고, 밖으로는 ‘정치경찰’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정치권에서도 좋은 소재를 잡은 만큼 연일 맹공을 펼치고 있다.
조 청장은 일단 강공을 선택했다. 그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이 실패하면 직을 걸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에서 선회해 ‘수사권 독립이 이뤄질 때까지 형사소송법 개정 대장정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통해 내부의 결속을 다진다는 포석이다. 아울러 청장 자리를 유지하면서 청와대까지 거론된 정치권 및 시민 등 외부로부터의 공격까지 한번에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조 청장이 이번 두 가지 현안을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그의 앞날은 매우 밝아질 수 있다. 총선ㆍ대선이 다가오는 ‘정치의 해’ 2012년에서 경찰의 의지를 국회에 전하고, 이를 통해 형소법 개정을 이끌어 낸다면 조 청장은 일약 경찰 내부의 영웅이 될 수 있다. 또한 ‘정치경찰’ 공세를 효과적으로 타파한다면 조 청장은 물론이고 경찰 전체의 이미지를 좋은 방향으로 굳힐 수 있다.
문제는 조 청장에게 다가온 위기가 쉽게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 이미 정치권에서는 이번 디도스 수사 관련 청와대와의 전화통화건을 국정 문란의 주요 사례로 판단하고 특검이나 국정감사를 청할 기세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도 일선 경찰 중에는 ‘조 청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시각이 만만찮다.
문제는 지금부터 조 청장이 보여줄 자세가 어느 쪽이냐는 점. ‘윗선’의 눈치 보기 없이 정의와 신뢰에 의거해 두 가지 사안을 타결해간다면 조 청장은 위기를 넘길 수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의혹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면 여론의 경찰로부터 멀어지고, 10만 경찰의 염원인 수사권 독립마저 멀어질 것이다. 조 청장의 다음 수를 기대해본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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