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최대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시장반응은 싸늘하다. 이 역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 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ECB가 21일(현지시간) 유로존 은행들에 3년만기로 공급키로 한 유동성은 4891억9000만 유로로 시장 예상치인 3000억 유로를 크게 웃돌았다.

ECB의 이같은 조치로 유로존 은행들은 자금 경색에서 벗어나고 국채 시장도 어느정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일 종가에 비해 0.55% 하락한 5389.74로 장을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도 0.95% 떨어진 5791.53으로 마쳤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 역시 0.82% 내린 3030.47로 거래를 끝냈다.

은행에 대한 유동성 공급이 재정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책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럽은행들이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자금 압박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정부 차원의 부채 부담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국채 금리도 올랐다.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일 대비 27bp(0.27%포인트) 상승한 6.84%를, 스페인 10년만기 국채금리 역시 16bp 오른 5.19%를 기록했다.

시장관계자들은 유럽은행감독청(EBA)이 ECB 대출로 은행들이 국채를 매입하는 일을 금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대출 자금으로 부실 국채를 매입할 경우 또다른 부실자산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EBA는 우려한다는 것이다.

또 ECB의 장기 대출 프로그램이 이미 예고된 것인데다 무질서하게 부채축소에 나서는 유럽 은행들의 자산을 지키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재정위기국의 문제까지 해결해줄 수 없다는 점도 시장의 반응이 싸늘한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