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를 달고 뛸 선수들을 선발하고, 대표팀 지도자를 선임하고, 대표팀의 기술적 역량 강화를 꾀하는 곳은 기술위원회다. 아니 기술위원회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아니다.
기술위원들이 소집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현 감독이 경질되고, 신임 감독 선임사실이 널리 알려지고 나서 기술위원회가 발표를 하고 있다. 게다가 그 발표장에 오기까지 기술위원들은 차기 감독이 누군지도 몰랐다. 지난 5월 조광래 감독이 이회택 기술위원장과 선수선발을 놓고 충돌한 것이 너무나 건강한 모습으로 보일 정도다.
대한축구협회(회장 조중연)와 기술위원회(위원장 황보관)가 대표팀 감독 선임을 놓고 보인 행태는 한 나라의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기술적인 조언과 지원을 하는 조직이라고 볼 수가 없을 정도다.
조 회장과 축구협회는 조 감독 경질 직후 “감독 경질은 기술위원회 소관”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부임 한달된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기술위원회도 구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 감독을 만나 경질방침을 전달했는데, 회장이 몰랐다는 것이다. 황보관 위원장이 조 감독과 철천지 원수가 아닌 이상, 협회 최고위층의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은 세살짜리 어린아이도 알 수 있는 정황이다.
이후 기술위원회가 부랴부랴 구성됐다.
그러나 기술위원들은 여전히 병풍에 불과했다. 21일 최강희 전북 감독이 대표팀 감독에 선임된다는 소식이, 인터넷만 할줄 알면 다 알 수 있게된 뒤에야 기술위원회가 소집돼 ‘차기감독은 최강희’라고 발표했다. 일부 기술위원들은 20일까지도 기술위원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몰랐고, 위원회에 올 때도 ‘뉴스를 보고 최강희 감독이 유력하다는 걸 알았다’고 털어놨다. 외국인감독 영입설이 나오면서 황보관 위원장이 외국으로 날아갈 것으로 알고 있는 기술위원도 있었다. 그러나 황보관 위원장은 조중연 회장과 최강희 감독을 만나고 있었다.
이쯤되면 기술위원회는 존재이유를 알 수가 없다. 협회 고위층과 위원장이 직보라인으로 입맛대로 일을 처리하면서, 기술위원회는 거수기나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번 감독 교체와 선임이 대표팀을 월드컵에 올려놓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음에 안들면 윗선에서 감독을 바꾸고 앉힐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기고 말았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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