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전체가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독일은 무풍지대다. 오히려 나홀로 호황이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수출 1조 유로(1515조원)를 달성했고, 소비와 고용지표도 고공행진 중이다. 독일의 이같은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유로존 재정위기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유로화 가치 급락이 수출 강국 독일에겐 호재이기 때문이다.

반면 영국과 프랑스 등 역내 주요국가들의 경제는 암울하고, 여기에 재정개혁 반대로 내홍이 커지는 등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유로화 약세로 독일 수출 급증 = 유로존 위기에도 독일 경기가 호조를 보인 것은 유로화 약세란 외부 변수와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란 내부 요인이 상승효과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유로화 가치가 급락하자 독일 제조업체들의 수출에 유리해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게 된 셈이다.

지난해 유로화 가치가 달러 대비 15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독일은 수출이 늘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조유로를 돌파했다.

수출이 늘고 생산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일자리도 증가했다. 독일의 지난해 취업인구는 사상 최대인 4104만명 수준을 기록했고,올해도 독일 기업들이 25만 명을 더 고용할 전망이다.

독일 경제의 강점인 큰 내수시장도 경기 하강을 막았다. 독일 인구는 8200만명으로 유럽연합(EU) 27개 회원 중 가장 많다. 가디언은 독일 경제에서 내수와 수출 비중은 1대1로 외풍에 상관없이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우울한 스페인ㆍ英ㆍ伊ㆍ佛= 스페인의 국가채무는 새해 유럽 재정위기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루이스 데 귄도스 경제장관은 이날 스페인의 지난해 GDP(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가 8%를 넘길 수 있다고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밝혔다. 재정적자 8%는 영국이나 미국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유로존에선 아일랜드와 그리스의 뒤를 잇는 수준이다. 스페인 정부는 이에 따라 이미 발표한 150억유로에 달하는 긴급자금에 더해 추가로 200억 유로를 조성하기로 했다. 올해 적자비율을 4.4%로 낮추기 위한 방안이다. 스페인은 그러나 이같은 긴축재정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23%에 달하는 실업률을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해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영국 경제 전망도 암울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83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영국 경제가 올해 나빠질 것이라고 답한 숫자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인원보다 3배 가량 많았다.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올해 상반기 중 신용등급 강등 경고를 받은 프랑스도 여유를 부릴 처지가 아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는 이날 경영위기에 처한 페리업체 씨프랑스에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이례적인 조치를 발표했다. 고용률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같은 날 자동차 산업에서의 고용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도 검토중이라고도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전날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신년메시지를 전한 지 하루만에 신속하게 내려진 결정이다.

이탈리아는 경기활성화와 지출감축 등을 골자로 한 개혁정책을 내놓았지만 거센 반대에 부딪혀 고심하고 있다고 FT가 보도했다.

홍성원ㆍ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