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말하는 잘 되는 작품에는 탄탄한 구성도 중요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캐릭터를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에 따라 극의 재미와 관객들의 몰입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던 캐릭터 열전 속 가장 빛나는 배우가 있다. 바로 하정우의 이야기다.
하정우는 2월 2일 개봉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감독 윤종빈)에서 대선배 최민식에 밀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압도했다.
하정우는 이번 영화에서 부산 제일의 젋은 보스 최형배로 분했다. 그는 고독하지만, 속을 잘 표현하지 않는 최형배의 모습을 고스란히 표현했다. 특히 폼을 잡는 묵직한 말투부터 작은 행동 하나까지 ‘젊은 나이에 보스의 자리에 오른 자’의 거만한 모습과 불안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무엇보다 하정우에게 이번 영화는 전작들과 다르다. 그동안 윤종빈 감독의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는 하정우의 영화라 해도 적합할 정도로 그에게 맞춰 흘러갔다. 하지만 이번 ‘범죄와의 전쟁’은 최민식의 이야기다.
자칫하면 하정우가 최민식에게 ‘묻힐’수도 있는 조건이다. 하지만 하정우는 굴하지 않고 출중한 연기력으로 존재감의 빛을 발했다. 그는 진중한 연기로 최형배의 모습에 무게감을 더했다. 또 티를 안내려고 애쓰지만,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최형배를 해학적으로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자꾸만 선을 지키지 못하고, 입지를 넓히는 최익현(최민식 분)에게 위기를 느끼는 최형배의 모습을 고스란히 표현했다. 살기가 어린 눈빛으로 최익현에게 경고를 날리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압도하기 충분했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는 하정우와 최민식의 연기 호흡이 가장 큰 관전포인트였다. 하정우는 최민식과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스크린 속에는 “선배님과 함께해서 영광이다”며 몸둘 바를 모르던 하정우의 모습은 없고, 거만하게 최익현을 누르는 최형배만 있을 뿐이었다.
이처럼 하정우는 ‘국민 살인마’라는 타이틀을 벗고, 녹록지 않은 놀라운 연기력으로 또 한번 관객들과 마주했다. 또한 그는 최형배의 모습이 가시지고 전에 오는 29일 개봉을 앞둔 ‘러브픽션’(감독 전계수)로 스크린에 등장한다. 무려 한 달에 두 번, 다른 영화로 관객들을 찾는 욕심많은 배우 하정우의 내일이 기대된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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