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자산관리 시스템은
선진국 자산관리 서비스의 특징은 ‘전문가에 대한 신뢰’다. 미국이나 영국 같은 금융선진국에서 개인들의 주식투자 비중이 낮음에도, 금융자산 내 투자자산 비중이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들 선진국은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저금리가 고착화돼 은행 예금이자로는 물가상승률도 제대로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단순 예금의 경우에는 아주 낮은 이자만이 붙어 오히려 은행에 ‘보관료’ 형식의 수수료를 내는 형국이다.
그래서 글로벌 투자은행(IB)에 돈을 맡기려는 수요가 많지만 일반 중산층은 이도 쉽지가 않다. 이들 IB는 계좌에 일정 수준 이상의 잔액이 없으면 제대로 대접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한 글로벌 IB의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0만달러 이하의 잔액이 있는 고객들은 돈이 되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이유는 10만달러 이하면 포트폴리오 투자가 어려운 데다 운용에 드는 인건비와 각종 비용 등을 감당할 만한 규모의 경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선진국 서민은 펀드와 연금을 통해 노후자금을 관리한다.
반면 고액 자산가들은 IB를 활발히 이용하는데 우리나라처럼 개별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하는 형태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 통합 관리계좌(MAㆍManaged accounts)가 대표적이다. 초기에는 투자상품별로 계좌를 갖던 분리형 관리 계좌에서 여러 가지 복합 전략을 활용하는 복합 전략 계좌로 진화하다 오늘날 통합된 MA가 됐다.
고객은 계좌에 대한 수수료만 내고, 계좌 내 자금이 각 자산에 투자되는 데에 따른 별도 비용은 안 내도 된다. 따라서 MA를 관리하는 금융회사 직원은 높은 전문성을 갖되, 각 고객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MA 시장 규모는 미국만 2조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MA의 성공 뒤에는 자산관리 자체에 대한 수수료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변호사나 의사, 회계사처럼 자산관리 상담이나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내야 한다는 인식이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도 상품별 판매 및 운용수수료가 금융투자 대가의 전부다. 제도 자체도 이를 금지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고객 전반의 자산관리보다는 개별 금융상품 판매에 치우친 영업관행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익명의 대형 증권사 PB담당 임원은 “꼭 금융상품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자산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때 재분배하는 행위 자체도 경제적 대가를 치러야 할 중요한 용역 제공이란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개별 단위 상품 판매 관행의 뿌리가 깊다 보니 국내 투자자들의 자산관리 시각도 상당히 왜곡돼 있다.
프랭클린템플턴이 지난해 전 세계 12개국을 대상으로 투자심리 및 동향을 조사한 결과, 앞으로 10년간 기대 수익률이 한국이 15%로, 글로벌 평균 11.5%보다 크게 높았다. 또 한국은 응답자의 30%가 앞으로 가장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투자 종목으로 비금속 원자재를 꼽았다. 부동산, 귀금속이 뒤를 이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부동산, 주식, 귀금속, 비금속 원자재의 순으로 꼽았다.
은행 예금에 대한 인식 차이도 컸다. 전년의 74%보다는 줄었지만 한국 응답자는 50%가 예금에 자산을 배분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31%) 독일 및 이탈리아(28%)에 비해선 여전히 높은 수치다.
홍길용ㆍ성연진 기자/kyh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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