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중앙은행법 개정 법인세·소득세 등 단일화 기업·국민 고통분담 유도 동유럽 강국 재도약 기대
2012년 들어서도 유럽연합(EU) 경제위기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헝가리도 EU, 국제통화기금(IMF)과 200억달러 규모 구제금융에 대해 협상 중이지만 남유럽 국가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남유럽 국가들은 경제위기가 한창이지만 헝가리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부터 어려움이 시작됐고 이제는 마무리 단계다. 남부유럽 PIIGS(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아일랜드ㆍ그리스ㆍ스페인) 유로존 국가들보다 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정책도 상대적으로 많다.
헝가리는 2004년에 EU에 가입했지만 아직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경제위기가 닥친 유로존 국가들은 자국 화폐를 발행하지 못하고 재정정책만 펼친다. 반면 아직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은 헝가리는 재정정책은 물론 자국 화폐인 포린트(Forint)화를 발행하는 통화주권이 있다.
위기극복 정책도 남다르다. 2010년 5월 집권한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an)’ 총리는 지난해 말 헌법과 중앙은행법을 개정하는 등 과감한 개혁으로 정국을 안정시키고 기업과 국민들에게 고통 분담을 유도하고 있다.
우선 법인세(10%)와 소득세(16%)를 단일화했다. 양동이에 물이 넘치면 주변을 적신다는 ‘적하효과’ 이론에 기반을 두고, 기업과 부자들이 줄어든 세금만큼 투자를 하게 한다. 그동안 돈을 번 산업계의 희생도 강요한다. 2010년부터 은행, 소매점, 통신, 에너지 등 헝가리 주요 4대 분야에 3년간 한시적인 특별세를 도입했다. 헝가리 35개 상업은행의 경우 전년도 자산총액에 0.54%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물론 정부 내부단속과 시민 참여도 호소하고 있다. 공무원법을 개정해 2011년부터 정부가 공무원을 해고할 수 있다. 2011년부터는 총 2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시중 민간연금을 국유화해 2011년도 재정적자를 줄였다.
시민들의 경우 2012년부터 개(Dog) 보유세 30달러를 납부해야 한다. 2012년부터는 부가가치세를 기존 25%에서 27%로 상향 조정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깡패정부’라는 말이 나오지만,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다 같이 고통을 감수하자는 정부의 의지를 높게 살 만하다.
올해 초 피치, 무디스, S&P 등 3대 국제신용평가사들의 헝가리 신용등급 강등으로 환율이 널뛰기를 했다. 그러나 헝가리 정부는 EU와의 적극적인 구제금융 협상, 투자 안정 정책으로 환율을 안정시키고 국채 발행에도 성공했다. 연초 환율은 전년 말 대비 60% 폭락한 322포린트를 기록했지만 최근 290포린트로 안정됐다.
특이한 것은 헝가리가 IMF와 EU에 손을 벌리면서도 국가 자존심을 챙긴다는 점이다. 지원자금 성격에 대해 수혜국의 엄격한 긴축재정과 가혹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구제금융(Relief Loan)’이 아닌, 건전한 펀더멘털을 보유한 국가에 제공하는 ‘단기유동성(PLL)’을 고집한 데서 알 수 있다.
헝가리는 1989년 동구권 국가 중 가장 빨리 시장경제로 체제를 전환했다. 게다가 수많은 외국기업을 유치해 동유럽에서 생산과 물류단지 역할을 하고 있다. 헝가리가 외부자금을 차입하고 기업과 국민들의 고통분담으로 부채를 갚아 동유럽 강국으로 다시 우뚝 서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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