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에서 긴축정책을 반대하는 정파가 승리하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후폭풍이 거세다. 긴축 대신 성장을 내세운 프랑스 좌파대통령의 등장은 유로존 재정위기 해법으로 제시된 신재정협약을 시험대에 올렸다. 긴축을 주도한 독일과 신재정협약 재협상을 요구하는 프랑스간 기싸움도 시작됐다.
AFP통신은 유럽연합(EU)과 프랑스 사이에 ’허니문’은 존재할 수 없다고 평하기도 했다. 유럽 내 정치지형이 급변하면서 경제난에 시달리는 유로존이 고수한 긴축 정책에 어떤 변화가 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긴축 갈등 獨佛 허니문은 없다?= 신재정협약을 두고 프랑스와 독일간 갈등은 서서히 표면화되고 있다. 신재정협약은 지난해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해 체결됐으며, 각국이 강도높은 긴축재정을 실시해 재정난을 해결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EU 정책과 달리 성장과 고용을 내세운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당선자는 신재정협약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공약으로 표심을 얻었다.
올랑드는 15일 취임식 직후 곧바로 독일을 방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 유로존 신재정협약 재협상 문제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긴축을 주도한 독일은 재협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메르켈 총리는 “신재정협약은 25개 국가가 논의해 추인한 것”이라며 “이 협약은 재협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게 독일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랑드의 성장 정책에 대해서도 “우리도 성장 정책을 논의해왔으며 프랑스 새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발전적인 논의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당장은 대화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둔다는 입장이다. 유로존 경제대국인 양국이 협력은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에는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또 올랑드가 유로존 현실을 인식하게 될 경우 성장일변도의 무리한 요구를 거둘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확산된 유로존 재정위기의 향방은 올랑드가 16일 메르켈 총리와 가질 첫 정상회담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양국 모두 신재정협약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화되면 유로존 위기로 직결된다는데 공감한 만큼, 타협을 통해 새로운 협력관계를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방선거 패배로 국내에서도 입지가 좁아진 메르켈 총리도 반발 기류에 휩싸인 긴축정책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성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 긴축에 성장정책 가미되나= 이번 유럽 내 선거 결과는 유로존 ‘돈줄’인 독일로 하여금 긴축정책에 성장을 가미하도록 강하게 압박하는 변수가 됐다.
유럽 지도자들도 성장정책을 실행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호세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유럽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이란 공통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바호주 위원장은 올랑드에게 보낸 당선 축전에서 “프랑스와 EU는 일자리 창출과 성장 토대를 구축하는 데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다”며 “이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 “재정적자 감축이라는 틀은 유지하면서도 유럽투자은행(EIB)과 EU 예산에서 투자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올랑드 당선자 주장에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도 신재정협약을 수정해야한다면서 성장 논의에 힘을 보탰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성장이 중요 의제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양국 ’성장’ 관련 회담= 프랑스의 올랑드 정부에 성장협약은 안정적인 정국 운영 기반을 다지기 위해 반드시 관철시켜야하는 과제다. 그러나 올랑드가 당초 공약대로 신재정협약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올랑드가 신재정협약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보다 메르켈의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랑드 당선자의 측근들도 긴축을 추구하는 신재정협약을 전면 수정하려고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며, 성장부문을 협약에 추가해야만 프랑스가 비준할 뜻임을 시사했다.
성장협약은 16일 독불 정상회담에서 초안이 마련될 경우, 이달말 EU 정상들이 비공식 정상회담을 열고 동의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성장협약 초안을 마련한다 해도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 독일과 프랑스의 이견이 커 최종 합의에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올랑드 측은 성장정책을 실행할 재원을 위해 유로본드(유로존 공동채권) 발행과 EIB를 통한 지원 확대 등을 주장하지만 독일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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