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1>바람 부는 길(59)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그럼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요?”

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을 것이라는 공 과장의 말에 신희영의 귀가 번쩍 뜨였다. 그렇지… 이제 방금 외신을 접수했다는 것은 일이 성사되기 전에 냄새를 피우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만큼 기자들의 행동은 빠르고 촉각은 발달되었다는 반증일 수 있다.

“정식으로 싱글메이드 사와 강유리 선수 간에 계약이 이루어지기 전에… 회장님께서 개입하셔야만 합니다.”

“개입? 내가요? 이미 정해진 일에?”

“그렇지 않습니다. 서울역 앞의 지게꾼들도 묵계된 원칙이 있다고 하잖습니까? 강유리 선수는 엄연히 회장님과 선 계약 된 상태입니다. 선 계약을 해지하거나 파기하기도 전에 싱글메이드 사와 모델계약을 맺은 것부터가 이미 무효입니다.”

“그렇지? 공 과장! 우리가 강유리와 선 계약 한 것이 맞지?”

“맞습니다, 회장님. 다만 계약서를 작성해놓지 않았다는 게 문제입니다. 강유리 선수가 가시적인 증거를 요구하면 대응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러나… 세상엔 도리와 상식이라는 것이 있다는 말이지요? 보잘 것 없는 3류 선수를 세계적인 골프선수로 키워주겠노라고 약속하고, 벌써 반년이 넘도록 세계일주 골프를 치고 다녔는데 배반할 리가 없다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좋았어! 도의적으로 양심의 가책을 받도록 하는 거야. 기르던 개도 주인을 함부로 바꾸지 않는 법인데… 하물며 세계적인 골퍼가 되겠다는 사람이 덥석 주인을 바꿀 리야 없겠지. 안 그래요? 공 과장?”

“지당하십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말예요. 내가 훼방을 놓는다고 해서 나아질 건 조금도 없어요. 내 자식보다 남 잘되는 것 때문에 배 아픈 건 사라질지 몰라도… 이왕이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법 좀 없을까?”

신희영은 이제야 현실적인 쪽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랬다. 남 잘된다고 남의 일에 재 뿌리기는 쉬워도, 막상 나에게 득이 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내게 떡고물이라도 떨어지려면 남의 손에 떡이 쥐어져야 가능한 법이다. 역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아 그녀는 사업가의 기질을 지닌 것이 분명했다.

“끼워 팔기를 해야지요, 회장님.”

“끼워 팔기? 새우젓 팔 때에 덤으로 한 됫박 더 퍼주는 거 말예요?”

“그건 덤통이고요… 끼워 팔기!”

“아, 알겠다. 밀크로션 한 병 사면 휴대용 향수 끼워주는 것처럼?”

“그렇습니다. 예전엔 여성지 한 권 사면 부록으로 가계부도 줬다면서요?”

끼워 팔기라… 신희영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어감 상 그리 예쁜 표현은 아니었지만 실속을 차리기엔 그보다 좋은 것이 없었다.

“알겠어요. 그럼 발 빠르게 싱글메이드 한국지사 홍보실에 연락을 취해 봐요. 내 아들 호성이를 글로벌 광고에 함께 끼워주지 않으면 강유리 선수는 옴도 뛰도 못할 입장이라고 단단히 일러두세요.”

“알겠습니다. 당장 움직이겠습니다.”

공 과장은 이렇게 대답하고 곧장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는 곧 강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안이 중차대했기 때문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