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 이화여대 특강
국내 시장 변동성 너무 커 외인 매도때 방어 세력도 없어 글로벌 IB육성 경쟁력 갖춰야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 팔면 내리는 게 연례행사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이 23일 이화여대 특강에서 외국인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국내 증시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국내 시장이 외국인 비중에 비해 변동성이 너무 높고, 이에 대한 방어세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기관투자자를 늘리고,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육성해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수익을 얻는 등 금융경쟁력을 키울 것을 주문했다.
박 회장이 이날 대우증권이나 우리투자증권 같은 자본 규모 1, 2위 회사를 합쳐 글로벌 IB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비중은 31%다. 시장을 휘두를 만한 비중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증시의 변동성은 유로존 위기 국가 다음으로 크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시장의 일일변동률 표준편차를 근거로 증시 변동성을 살펴본 결과, 그리스(2.41)와 스페인(1.72) 다음으로 한국(1.49) 시장의 변동성이 높았다. 이는 일본(1.36)이나 대만(1.29)보다도 높다.
박 회장은 변동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국내 시장에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자의 상당수가 헤지펀드나 단기 투자자임을 들었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때 싱가포르나 홍콩 기관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에 대한 평균 투자 기간을 물으니 ‘15일’이라는 답이 나왔다”면서 “이들은 기대수익률이 나오면 무조건 팔고 나가는 입출입이 굉장히 잦은 투자자”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기관투자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우리 시장은 기관투자자가 13%에 불과하지만 미국 70%, 일본 50% 수준”이라며 “기관투자자가 적은 탓에 글로벌 여건에 따라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급등락이 연출된다”고 말했다.
이에 다음달 예정된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여부가 국내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진국지수 편입이 결정되면 장기 자금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기관투자자 자금이 국내에 들어올 수 있고, 이 경우 단기 자금 구조에서 장기 자금 구조로 넘어가면서 국내 시장이 훨씬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박 회장은 “연기금 규모를 키우는 것은 자본시장 성장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면서 “미국의 자산운용사가 급격히 성장하고 주식시장이 성장한 배경에는 퇴직연금이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IB 육성을 위해 해외에서의 인수ㆍ합병(M&A)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금투협은 박 회장 취임 이후 코트라와 함께 회원사의 해외 진출을 돕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는 “금융위기 당시 무너진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ㆍ태평양 쪽을 인수한 일본의 노무라와 미국 부문을 인수한 바클레이스를 살펴보면 글로벌 M&A가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지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노무라는 당시 아시아에 나와 있는 세일즈 부문을 인수해 2년간 임금 수준을 리먼과 똑같이 유지하기로 했고, 바클레이스는 데이터센터를 인수했다”면서 “아직 성공과 실패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노무라는 더 좋은 임금을 주면 자리를 냉큼 옮길 세일즈맨을 인수했고, 바클레이스는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모두 가져간 셈”이라고 전했다.
한편 선진국에 비해 부동산이나 예금 등에 집중된 가계 자산 구조도 증시의 힘을 빼고 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한국은 지난해 기준 비금융 가계 자산이 76.8%로, 미국(32.1%)이나 일본(41.8%)보다 월등히 높고, 금융자산 중에서도 현금이나 예금 비중이 높아 금융투자상품 비중은 25.6%에 불과하다”면서 “금융투자협회장으로서 자본시장으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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