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스탕스 인권운동가·보수적 귀족·패션모델 그리고 현직기자까지…프랑스 영부인들의 삶·애환
레지스탕스 출신이자 정치적 동지, 패션모델이자 가수, 현직 기자, 보수적인 귀족가문 출신의 여성. 그간 파리 엘리제 궁을 거쳐 간 프랑스 대통령 영부인들의 면면이다.
현모양처형 내조를 한 정치적 동지에서 화려한 패션모델 출신으로 ‘요부’의 이미지를 간직한 영부인까지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우리의 전통적인 영부인상과 상당히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림자 내조’를 하면서 평생을 보낸 경우가 있는가 하면, 영부인이란 호칭을 넘어 자신의 이름을 현대사에 각인한 인물들도 있다.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프랑스 문화가 다채로운 영부인상을 만든 셈이다. 대통령에 가려졌던 엘리제 궁 안주인들의 삶은 어땠을까.
지난한 정치여정이 그렇듯이 그들의 삶도 마냥 낭만적이지는 않았다.
‘행동파 영부인’ 故 다니엘 미테랑
2차대전 레지스탕스 활동…쿠르드족 인권운동 헌신도 다니엘 미테랑 여사는 프랑스 현대사에서 가장 이상적인 영부인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다니엘 여사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과 신념을 함께한 정치적 동지였으며, 남편의 그늘에 안주하지 않던 행동파 지식인이기도 했다.
다니엘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지배에 항거해 1940년 열일곱 살의 나이로 레지스탕스 활동을 펼쳤다. 남편 미테랑과는 그곳에서 만나 44년 결혼했다.
결혼 후에는 정치적 동지로서 소명을 다했다. 81년 미테랑이 대통령에 당선될 때까지 사회당 열성당원으로 남편이 아닌 사회당원 미테랑의 강력한 후원자였던 것이다.
다니엘의 주체적인 삶은 영부인이 된 후 더욱 빛을 발했다. 영부인이 됐지만 엘리제 궁에 들어가지 않은 채 언론과의 접촉도 모두 끊었다. 오히려 영부인의 지위를 활용해 인도주의 활동에 더욱 헌신했다. 86년에는 ‘프랑스 리베르테’를 설립해 인권과 소수자 권리 보호에 앞장섰다.
다니엘 여사의 진가는 96년 미테랑 대통령 서거 이후 다시 인정받았다. 재임 중 일종의 금기 사항이었던 미테랑 전 대통령의 정부와 숨겨놓았던 딸 마자린을 장례식에 불렀던 것이다.
미망인이 된 후에도 다니엘은 인도주의적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이는 프랑스 정부를 종종 당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다니엘 여사는 ‘쿠르드족의 어머니’로 불릴 정도로 쿠르드족 인권 탄압에 많은 관심을 표했다. 92년에는 국경없는의사회 등과 함께 쿠르드족 구호 사업을 위해 이라크를 찾았다가 암살 위협을 받기도 했다.
다니엘 여사가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난 지난해 11월 말, 프랑스 언론은 그녀의 인생을 ‘자유와 인간을 위한 투쟁(Combat)’ 그 자체였다고 평가했다.
‘막강권력자’ 베르나데트 시라크
쇼드롱드쿠르셀家 귀족가문…국정 적극개입 ‘부인 부통령’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의 영부인 베르나데트 시라크 여사는 보수적인 귀족가문 출신이다. 1933년 파리의 명문 쇼드롱드쿠르셀 가에서 태어나 풍요로운 유년 시절을 보낸 베르나데트는 엘리트 코스인 파리정치대학에서 공부했다. 이때 한 살 위인 시라크를 처음 만났다. 베르나데트는 스물두 살이 되던 해, 청년 시라크의 잠재력과 애정만을 믿고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다.
이후 그녀는 정치활동에 뛰어들어 71년 시라크 전 대통령의 출신지역구인 파리 남쪽 코레즈 부근 사랑이라는 마을의 지방의회 의원으로 선출됐다.
뿐만 아니라 파리 시 병원재단회장과 파리시청예술진흥협회장 등을 맡아 사회ㆍ문화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당시 파리시장이던 남편을 측면 지원했다.
베르나데트의 성격은 내성적이고 신중하면서도 고집스러운 면을 지닌 것으로 전해진다. 베르나데트는 여성 편력이 화려한 시라크 전 대통령 곁에서 ‘그림자 내조’를 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에 그녀에게는 ‘엘리제 궁의 거북이’란 별명이 생겼다. 베르나데트는 수많은 스캔들이 있는 ‘잘생긴’ 남자와 같이 산다는 것이 어려웠다는 기록을 남긴 바 있다.
그러나 베르나데트 여사는 시라크 재임 시절 국정에 깊숙이 개입해 부통령을 방불케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시라크의 정치인생 수십년 동안 베르나데트가 소리 나지 않게 내조를 다해왔으나 지난 97년부터 독자 정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의 부인으로 이웃 아주머니 같았던 이본 여사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 등의 이미지가 혼합된 ‘부인 부통령’을 만들어냈다고 꼬집기도 했다.
‘요부·영부인 경계’ 카를라 부르니
모델·가수…만능 엔터테이너…파비위스·믹재거등과도 염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프랑스 최초로 재직 당시 이혼한 대통령’이란 불미스러운 기록을 가지고 있다. 사르코지는 취임한 지 6개월째인 2007년 10월 세실리아 여사와 이혼했다. 이듬해 여름 영부인 자리를 차지한 사람은 패션모델 출신 카를라 부르니였다.
부르니 여사는 1980년대 패션무대를 장악한 이후 작사ㆍ작곡 실력까지 인정받아 가수로 활동하던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그는 “일부일처제는 지루하다”고 말할 정도로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런 만큼 남성 편력으로도 유명하다. 배우 뱅상 페레스,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 가수 에릭 클랩튼 등 세계적인 스타와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또 80년대 최연소 총리를 지냈던 로랑 파비위스 외무장관과 한때 교제했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기도 했다.
부르니는 사르코지와 결혼 전 프랑스의 저명한 철학자 장폴 앙토방과 교제하던 중 그의 아들 라파엘 앙토방과도 사귀어 아들 1명을 뒀다. 사르코지 사이에서는 지난해 10월 딸 줄리아를 얻었다.
프랑스 정가에서는 두 사람의 결혼이 고지식한 사르코지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브루니도 남편 덕을 톡톡히 봤다. 영부인이 된 후 브루니는 정치권 밖에서 영향력을 과시해왔다. 그는 시사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35위, ‘베니티 페어’가 선정한 ‘가장 옷 잘 입는 정치인 아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르코지가 재선에 실패하자 부르니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르코지와 전략적으로 결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가운데 브루니가 과연 대통령이 아닌 정치인 부인의 삶에 만족할 것이냐는 것이 의문 대상이다.
‘현직기자’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
“나랏돈으로 살고 싶지 않다”…직업 가진 첫 동거녀 영부인
얼마 전 프랑스 정가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영부인’의 위상과 의전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지난 5월 초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그의 연인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가 프랑스 사상 처음으로 정식 부인이 아닌 동거녀로 영부인에 오르게 된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남녀의 동거가 보편화돼 있고, 법적으로도 결혼과 유사한 자격과 혜택을 보장받지만 대통령과 영부인이 동거관계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직 기자인 트리에르바일레는 일을 계속하면서 자녀들을 키운다는 계획이어서 ‘직업을 가진 영부인’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장애인 부친을 둔 트리에르바일레는 파리 소르본대에서 역사와 정치학을 전공했다. 그는 프랑스 주간지 ‘파리마치’에서 20년 동안 정치부 기자로 일했으며, 2005년 케이블TV에서 정치인이 출연하는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그는 파리마치 기자였던 드니 트리에르바일레와의 두 번째 결혼에서 3명의 자녀를 낳고 이혼했다.
올랑드와는 23년 전 취재원과 기자 사이로 처음 만났으며, 2007년부터 동거했다. 올랑드는 트리에르바일레를 만나기 전, 사회당 대선 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과 25년간 동거하면서 4명의 자녀를 뒀으나 2007년 대선 직후 헤어졌다.
트리에르바일레는 올랑드 당선 직후 독립적으로 자신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 부인은 두 번째 역할”이라며 “세 명의 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지만 국가의 돈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트리에르바일레는 지난 18일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과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올랑드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방문해 국제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4000만원 낼 세금을 1억 넘게 물다니…‘상속세 0원’이라도 꼭 신고해야 하는 이유 [이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news-p.v1.20260903.e72e37cbc9ac475abd6197c15b096a38_T1.png?type=h&h=240)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