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16일 새벽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 시급당 6470원은 인상폭을 두고 이견이 컸던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을 절충한 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주장했던 노동계 측은 10%의 두자릿수 인상 폭을 바랐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조선업 구조조정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잇따르면서 공익위원들이 노동계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게 됐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7.3%로 정해져 올해 8.1% 등 수년간 계속돼 온 인상률의 상승세도 멈췄다.
노동계 측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큰 기대를 걸었었다. 올해 들어 미국, 영국 등 세계 각 국에서 잇따라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현재 시간당 7.25달러인 연방 최저임금을 12달러로 대폭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영국은 시간당 6.7파운드였던 최저임금을 올해 7.2파운드, 2020년에는 9파운드(1만5000원)까지 올리기로 했다.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도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거나 인상 계획을 밝혔다.
우리나라도 지난 4월 20대 총선에서 여야 모두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까지, 정의당은 2019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4월 총선 결과 야권의 승리로 여소야대 양상이 되면서 노동계의 최저임금 인상 주장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후 노동계는 야당의 지지를 받아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강하게 주장했고, 인상폭 또한 두자릿수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협상이 본격화한 6월부터 이 같은 분위기가 바꼈다.
침체된 세계 경기 여파로 조선업의 신규 수주가 급감했고, 대규모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었다. 이 과정에서 최대 6만명 이상의 근로자가 실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경영계 주장이 힘을 받게 됐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24일 우려됐던 브렉시트가 현실이 되면서 최저임금 인상 주장이 더 힘을 잃게 됐다.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세계 경기 둔화세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된 것이다.
결국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7.3% 인상된 6470원으로 결정돼 두자릿수 인상은 좌절됐고, 최저임금 인상률 상승세도 꺾이게 됐다.
그동안 인상률 추이를 보면 2007년 12.3%였던 최저임금 인상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8.3%, 2009년 6.1%로 감소했고, 2010년에는 2.8%까지 떨어졌다. 이후 가계소득의 위축으로 내수가 살아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커지자 최저임금 인상률은 5.1%(2011년), 6.0%(2012년), 6.1%(2013년), 7.2%(2014년), 7.1%(2015년) 등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올해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은 8.1%를 기록하며 처음 8%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올해 6월 들어 조선 구조조정에 브렉시트까지 겹치면서 중소기업, 자영업자의 심각한 경영난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결국 최저임금 인상률 상승세도 멈추게 됐다.
내년 최저임금은 14차례 회의를 거치는 진통 끝에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을 절충해 결정됐다. 양측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안을 내기가 당초부터 불가능해 절충안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만 올해에 이어 내년도 최저임금도 ‘시급’과 ‘월급’을 병기하게 된 것은 노동계의 성과로 여겨진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월급으로도 명시해 ‘주말 휴일수당’을 제대로 못 받는 노동자들이 정당한 임금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경영계는 업종별ㆍ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를 주장했다.
하지만 공익위원들이 노동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월급 병기안은 통과됐다. 내년 최저임금은 209시간 기준 월 환산액으로도 명시된다.
원승일기자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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