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피아니스트 손열음, 그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지난 1997년 영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2위 입상, 1998년 금호아시아나재단 영재지원 프로그램 발탁, 1999년 오벌린 국제 콩쿠르, 2000년 에틀링엔 국제 콩쿠르, 2002년 베르첼리 비오티 국제 콩쿠르 우승, 2009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2위, 실내악 최고 연주상, 2011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2위, 모차르트 협주곡 최고 연주상, 쉐드린 에튀드 최고 연주상 수상까지. 이제 그는 영재, 떠오르는 거물급 신인이 아닌 이미 ‘잘 자란’ 아티스트다.

0522(hb)손열음_피아니스트4 / 신예 피아니스트 손열음, “음악으로 사랑을 전하고 싶어요”
0522(hb)손열음_피아니스트4 / 신예 피아니스트 손열음, “음악으로 사랑을 전하고 싶어요”

그 손열음이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SMF)의 내한공연 협연차 한국을 찾았다.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는 협연은 그에게도 기대되는 콘서트다.

손열음에게 이번에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곡들은 의미가 큰 곡들이다. 미국에서 오케스트라와 가장 처음 연주한 곡도 모차르트의 피아노곡이었고 1997년 영 차이코프스키 음악 콩쿠르, 2011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연주한 곡도 이 곡이었다.

그는 콘서트를 앞두고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모차르트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곡가고 ASMF는 모차르트를 잘 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오케스트라”라며 “사람마다 기대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음악 자체가 좋다”고 말했다.

원래 ASMF의 이번 내한공연은 솔로 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 협연을 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솔로연주자 선정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영국의 매니지먼트 회사 아스코나스홀트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결과가 나온 이후 손열음을 추천 받고 바로 협연을 결정했다.

이런 손열음의 가장 큰 장점은 ‘열려있는 마음(열음)’, 젊음과 자유분방함이다. “영감이 없는데 무작정 연습하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며 쉴 땐 쉬지만 한 번 치면 대여섯시간씩 손목이 아픈 줄도 모르고 건반을 두드린다.

어떤 것을 궁금해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호기심 많고 분석하고 연구하는 것을 재미있어 하는 손열음은 재능도 있지만 그보단 ‘어떻게 하면 잘할까’를 연구하며 나름의 노력으로 박치도 탈출한 열려있는 노력파다.

“내겐 비생산적인 것이 생산적인 것”이라는 오묘한 논리로 기자를 설득하기도 했다.

수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거듭하며 승승장구한 그에게도 나름의 어려움이 있었다. 어려서 동네 피아노학원을 다니며 영재로 성장한 손열음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 진학한 순수 국내파다. 그는 “시장에 직접 뛰어들 수 있는 방법이 오케스트라 오디션, 기획사 오디션 등이 있겠지만 서양에서 동양인은 넘을 수 없는 장벽이 크다”고 말했다.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나마 실력을 입증하고 보여주는 게 콩쿠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대안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열(熱)음(音)’, 순수한 음악에 대한 열정만은 가득했다.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도 없었고 회의도 없었다. 그에게는 순수한 음악에 대한 열정만이 가득하다.

뮤직비디오를 찍어도 좋고 크로스오버를 해도 좋지만 연주의 질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선 다른 어떤 시도도 하지 않겠다는 그다. 자유분방함 속에도 정제된 자신만의 색깔은 분명했다.

‘음악은 사랑’이라는 간결한 말로 표현해버린 손열음은 음악으로 사랑을 전하고 음악으로 사람을 변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이런 순수한 소녀감성을 지닌 그가 마지막으로 기자에게 남긴 말은 “재주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것이었다. 그는 뜨거운 햇살만큼이나 ‘여름’과 같은 뜨거운 가슴을 지닌 피아니스트 였다.

ygmoon@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