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ㆍ홍승완 기자]대개 재계단체 회장단회의는 화기애애하다. 시작부터 덕담이 오간다. 때론 박장대소 풍경도 벌어진다.

하지만 28일 열린 서울상의 회장단 회의는 달랐다. 숙연했고, 뭔가 비장함도 엿보였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세, 예고된 하투(夏鬪), 해답없는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의 최악의 경영상황과 맞물려 ‘웃음’은 거의 없었다.

이날 회장단회의는 손경식 서울상의 회장이 연임된 후 처음 모인 것이다.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 김억조 현대자동차 부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 이승한 홈플러스그룹 회장 등 서울지역을 대표하는 기업 수장들이 모인 자리로, 상견례 덕담이 줄을 이을 법 했지만 회장단 얼굴 빛은 차분했다.

손 회장은 이날 정치권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대변하는 의견서를 다음달 중 각 당 및 대선주자에게 보내겠다고 했다. 총선을 거쳐 19대국회가 시작됐으면서도 글로벌위기, 파업 등 경영환경은 계속 좋지 않기에 더이상 침묵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뜻이 엿보였다. 이날 회장단회의 표정은 향후 재계 향방의 바로미터다. 선심성 복지, 법인세 인상, 노동계 하투 등 온갖 첨예한 이슈에 ‘할 말은 하겠다’는 강력한 의중도 내포됐다는 평가다.

▶재계 “할 말 하겠다”=손 회장은 회의가 시작되기 전 최근 최악의 경제현황에 대한 고민을 내놨다. 그는 “포항ㆍ울산이면 굉장히 부자동네인데 거기도 어렵다하니 경제가 참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여수엑스포 관람객이 예상보다 저조한데 여러분이 도와줘야 한다”고도 했다.

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가 나왔다. 회장단은 여야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정책과 관련해 “기업의 창의를 바탕으로 하는 시장경제가 우리경제의 원동력인데 규제가 강화되면 성장동력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며 “구제와 조정을 늘리는 정책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심성 복지 공약과 재원마련을 위한 법인세율 인상 움직임에 대해서는 “법인세 증세는 국제흐름에 역행하고 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오히려 세수감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며 “성장을 통해 일자리창출과 복지확대가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치권이 19대국회 임기 시작과 함께 비정규직법 등 노동법안을 제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는 기업 부담을 늘리고 일자리를 축소할 뿐”이라며 “일자리확대와 기업경쟁력 유지를 위해 노동유연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의 관계자는 이같은 회장단 분위기와 관련해 “경제계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정부정책 등에 적극 협조해왔는데, 최근 기업환경이 너무 어려워지면서 조심스럽지만, 더 이상 방관만 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회장단회의에 팽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의의 기업규제 정책에 대한 견제는 지방으로 확산되면서 14만 회원사의 결집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현장 혼란 야기 불법파업, 안된다”=회장단은 이날 민주노총의 경고파업, 화물연대ㆍ건설노조 파업에 대해 ‘불법파업’으로 규정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근로조건 개선과 상관없이 정치적 냄새가 짙은 파업은 기업 생존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묻어나왔다.

재계단체는 그동안 파업과 관련해 자제를 촉구하는 멘트를 내왔지만, 이처럼 회장단이 모여 중단을 요구하는 공식 메시지를 던진 것은 상의가 처음이다.

회장단은 “국내외 경기가 어려운데 화물연대의 집단운송 거부는 수출 등 산업물류에 큰 지장을 줘 경제회복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경제주체들의 경기회복 의지를 꺾는 운송거부를 즉각 중단하고 이해당사자 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조속히 해결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를 기점으로 28일 경고파업 집회를, 8월28일에는 비정규직폐지, 정리해고 금지, 노동법 전면재개정을 내세운 총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노동계의 하투(夏鬪) 조짐은 불법파업의 소지가 클 뿐 아니라 산업현장의 혼란을 야기하는 만큼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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