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가들이 유로위기로 값싼 매물이 많아진 유럽에서 기업인수를 활발히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기업들이 가격이 싸고 업종도 다양하며 미국에 비해 정치적 유연성도 높아 인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의 콘크리트펌프 제조업체인 퓨츠마이스터와 영국의 시리얼 메이커인 위타빅스가 중국기업에 인수되고 네덜란드의 이동통신 운용사인 KPN이 멕시코 통신재벌인 카를로스 슬림 측에 지분을 더 넘겼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기업 인수·합병(M&A) 전문 분석기관인 딜로직에 의하면 신흥국 기업에 의한 외국 기업 M&A는 지난해 모두 2360억 달러로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가 완연하다.

특히 지난해 신흥국이 인수한 선진국 기업 가운데 60% 정도가 유럽 기업이었다. 올 들어서 지금까지 이뤄진 신흥국의 선진국 기업 M&A 가운데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로 나타났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중국 부문 대표인 크리스토퍼 네테샤임은 FT에서 “앞으로 유럽에 대해 더 많은 M&A가 이뤄질 것이며 특히 중국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매킨지의 홍콩 소재 조 느가이 대표도 “중국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것”이라면서 “중국 기업의 세계화가 활발하다”고 강조했다.

FT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 기업이 유럽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복합적이라고 지적했다.

첫째는 가격이 싸다는 점이다. 한 예로 퓨츠마이스터를 중국기업이 지난해 인수한 비용은 5억7000만 유로로 금융위기 이전의 10억 유로보다 훨씬 낮았다.

두번째는 유럽이 주는 다양성이다. 인수 대상 기업이 다양하고 규모가 천차만별이면서도 미국보다 훨씬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보다 유럽의 정치적 장애가 덜한 점도 작용하고있다. FT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가 앞서 3Com 등을 인수하려다가 미국 측의 정치적 압박으로 포기했음을 상기시켰다. 또 두바이 스포츠월드가 지난 2006년 미국 내 M&A 때문에 현지의 6개 항만 관리권을 포기해야 했음도 지적했다.

반면 유럽내에서 유럽기업 인수 붐에 대한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유로 위기의 또 다른 결과라고 보는 데 반해, 낙관론자들은 25년전 일본이 영국 자동차 산업을 비롯해 유럽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것이 유럽 경제활력 회복의 발판이 됐음에 주목하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FT는 신흥국의 역내 기업 인수와 관련해 유럽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고용 유지라면서 이것만 보장되면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 뉴욕 컨설팅회사 로듐그룹과 중국금융투자공사(CICC)가 공동으로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유럽 직접투자 규모는 전년보다 3배 증가해 100억 달러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의 대외투자 규모는 중국경제 규모에 비해선 미미하지만 향후 해외투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현재 재정위기에 처한 유럽이 중국의 구미를 당기는 최고의 투자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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