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된 검사장비 업체와 기밀 공유 할 수 밖에 없는 산업구조
-전담재판부도 없이 법원은 솜방망이 처벌
-경쟁사 수익까지 계산하라는 손해배상액 산정의 비현실성까지 [헤럴드경제=류정일ㆍ홍승완 기자] 세계 시장규모가 최대 90조원에 달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을 도난당한 삼성과 LG가 냉가슴을 앓고 있다. 산업의 특성상 장비업체와 협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또다시 터진 악재에 대비책이 완벽할 수 없고 법원의 솜망방이 처벌과 보수적인 손해배상액 산정으로 악몽의 재연이 불가피할 것이란 불안한 예감 때문이다.
28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전날 검찰이 적발한 발광다이오드(OLED) 산업스파이 사건에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을 빼돌린 대형범죄이고 피해자 입장이지만 기술유출을 시스템상으로 완전히 막는 것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며 “동전의 양면처럼 최근 첨단기술의 특성상 장비업체들과 긴밀하게 비밀을 공유하면서 개발을 진행할 수 밖에 없는 만큼 리스크를 떠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O사는 평판 디스플레이 패널에 대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77%)의 검사장비 납품 업체로 이곳 직원들은 생산현장에서 검사장비를 점검하면서 55인치 TV용 패널의 레이어별 실물 회로도를 촬영 후 신용카드형 USB 등에 담아 신발, 벨트, 지갑 등에 몰래 가지고 나와 무단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O사는 변호인을 통해 “우리가 철수하면 삼성과 LG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망한다”고 밝혀왔다고 하니 검사장비 업체의 위세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생산 공정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검사장비 업체의 비윤리성에 치를 떨고는 있지만 완벽한 대비책은 요원한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장비업체들이 기업윤리와 동업자정신으로 임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회사들도 많다”며 “유출업체가 납품한 검사장비를 다른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등을 실무부서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장비업체 행동에 제약을 가하면 대기업이 부품업체들의 해외진출을 가로 막는다는 식의 반응도 부담이다. 이런 면에서 관련 처벌이 좀더 엄중해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과거 기술유출 사범에 대한 처벌은 징역 1~2년, 또는 집행유예에 불과했다. 기술유출을 다루는 전담 재판부도 하나 없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시장의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중대범죄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해 재범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해외에서는 산업 스파이를 아예 업계에서 몰아낼 정도로 강력한데 우리만 관대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손해배상액 산정에 소극적인 법원의 판단도 불만이다. 법원은 기술이 유출됐을 경우, 피해액 산정에 엄격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대방이 얻은 이득액은 영업비밀이 가진 재산가치 상당이고 재산가치는 상대방이 관련 제품을 만들 경우, 기술개발에 소요되는 감소분 상당으로 제한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은 기술투자비 뿐 아니라 경쟁사로 넘어갔을 때 얼마나 팔렸을지에 대한 자료, 시장가치 등을 요구하니 이를 특정하기 힘들다”며 “경쟁사의 수익률이 얼마인지를 알아내라고 하는 건 피해업체 입장에서 불가능한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ryus@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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