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희 기자]부산항의 체력이 튼튼해졌다. 천문학적 피해를 입은 2008년 6월 화물연대 파업당시 3일만에 부산항 장치율이 85%를 넘어서며 항만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것과는 달리 올해 파업으로 인한 부산항의 컨테이너 적체 수준은 사흘째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총파업이 시작된 25일부터 이틀간 부산항 컨테이너 야적장의 장치율(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비율)은 0.5%대 미만의 미미한 상승율을 나타내다 3일째는 다소 줄어들기까지 했다.
28일 부산지방해양항만청에 설치된 부산항 비상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오후 10시 부산항 컨테이너 부두 장치율은 51.1%, 전날 51.6% 대비 0.5% 오히려 줄어들었다. 부산항 북항의 부두 장치율은 58.5%로 전날 60.3%에 비해 1.8% 줄어들었고, 신항은 46%로 전날 46.8%에 비해 0.8% 여유가 생겼다. 장치율로만 봐서는 부두에 추가로 컨테이너를 받을 공간이 충분한 상황이다.
26일 오후 10시∼27일 오후 10시 부산항의 화물 반출입량은 2만771TEU로 집계됐다. 전날 반출입량 1만7717TEU에 비해 다소 늘어난 수치다. 평균대비 47% 수준이지만 화물연대 파업 이전 요일별 평균(화요일/19만8000TEU, 수요일/2만2000TEU)과 비교할 땐 10% 정도만 줄어든 셈이다. 과거 2008년 당시 총파업 3일째 부산항 장치율이 85%를 넘어선 모습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부산항을 출입하는 컨테이너 화물의 경우, 요일별로 물동량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수출입 화물이 뜸한 월ㆍ화요일에 비해 목ㆍ금요일은 중소기업들의 수출물량까지 더해져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당초 우려와는 달리 부산항의 물동량 상태가 양호한 것은 몇가지 중요한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2008년 끔찍했던 물류대란의 경험이 ‘학습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올해 파업이 예고된 25일을 기점으로 부산항을 통해 화물을 받아야하는 대형 화주들은 일정을 앞당기거나 늦추는 등 예상된 피해를 회피했다. 또한 항만 당국도 주말을 이용해 컨테이너 야적장에 쌓였던 화물 중 상당량을 미리 반출해 장치율을 40%대까지 떨어뜨리면서 파업에 대비했다.
대책반도 신속히 마련됐다. 부산해양항만청에 차려진 비상대책반을 중심으로 관계기관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항만물동량을 컨트롤하고 있다.
이처럼 과거 학습효과외에도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율이 지난번과 달리 낮아진 것도 항만당국의 숨통을 틔워준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부산항의 규모가 커진 것도 변수로 작용했다. 연간 944만TEU의 처리능력을 갖춘 부산신항이 본격 운영되면서 여유가 생긴 것이다. 부산신항 컨테이너 야적장의 면적만 147만4000㎡, 최대 장치능력은 32만4268TEU이다. 북항이 21만7356TEU의 장치능력을 갖춘 것에 비해 상당한 공간이 생긴 셈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부산항의 장치능력을 고려할 때 앞으로 12일 정도까지는 정상적인 항만운영이 가능하지만 파업 장기화시 장치율이 포화 상태에 이를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항만당국과 지자체, 경찰ㆍ군도 화물운송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상대책본부 측은 “군용 트레일러 같은 대체운송수단 투입과 북항재개발예정지역 등 여유공간을 확보해 화물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며 “원활한 화물운송을 위해 컨테이너 화물 과적차량 단속을 당분간 실시하지 않고, 화물차량에 경찰관이 동승해 운영하며, 운송방해 피해차량의 경우 정부차원에서 보상지원을 약속하는 등 비상운송 체재를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gnh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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