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반기문, 그리고스티브 잡스
제자가 공자(孔子)에게 물었다. “좋은 스승이란 어떤 사람을 말합니까?” 공자가 답했다. “자신이 가르치고자 하는 바를 빠짐없이 검토하는 사람이다. 옛 성현의 가르침은 시대가 변해 새로운 모습이 되어도 인간을 속박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과거의 정신적 풍요로움을 배우면서도 현재가 우리에게 내미는 도전을 잊지 않게 되는 것이다.”
제자가 또 물었다. “그럼 좋은 제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내 말에 귀 기울이되, 나의 가르침을 자신의 삶에 맞춰 적용해야 한다. 글자 그대로 따르려 해선 안 된다. 명예가 따르는 지위를 추구할 것이 아니라, 그 지위에 오를 자격을 갖추기 위해 공부에 정진해야 한다. 이름을 떨치려 하지 말고, 이름을 빛낼 어떤 일을 완수하려 해야 한다.”
위대한 스승과 위대한 제자를 얘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대화다. 스승은 빛이고, 진리다. 시대는 변해도 스승의 가르침은 불변하다. 그림자조차 밟을 수 없는 위엄을 지닌 스승은 거역할 수 없는 거울이자, 나침반이었다. 그래서 스승이 위대하면, 제자도 위대했다.
그런데 요즘, 주변에 위대한 참 스승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제자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던 옛 스승의 모습도 많이 희석됐다. 시끄러운 세상, 충동이 앞서는 세상이기 때문일까. 세상은 혼돈스럽고 갈팡질팡인데 희망의 버팀목이 되어줄 진정한 스승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찾는 이들도 드물다. 그러나 가치관의 혼란, 이념적 혼돈은 물론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현실적 난관 앞에 선 요즘, 길을 헤매는 우리들에게 한 줄기 빛을 줄 멘토가 더욱 절실하다.
멘토(Mentor). 참 스승의 오늘날의 다른 이름이다. 시대를 헤쳐갈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소통의 상대, 정신적인 지도자, 미래에 대한 영감을 줄 스승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멘토의 의미와 존재감에 대해 특별히 생각하지 않던 이들도 이제는 멘토가 될 대상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
이런 때, 헤럴드경제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당신의 멘토는 누구입니까’라고 물었다. 정치와 행정, 기업, 문화예술 등 다방면의 대표 리더 137명에게 물은 결과, 국민 멘토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이 많은 표를 얻었다. 한국인의 영원한 멘토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도 꼽혔다.
글로벌 대표 멘토로는 스티브 잡스가 독보적이었다. 나눔의 실천가 워런 버핏과, GE를 초글로벌 기업으로 이끈 잭 웰치 회장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길을 걸어온 선배들과 아버지, 어머니, 외삼촌 등 상당 부분 삶의 궤적을 같이한 가족들도 존경하는 인물로 꼽혔다.
모두 삶의 롤 모델들이다. 이들 멘토는 옛 스승처럼 책상을 마주하며 ‘하늘 천(天), 따 지(地)’를 일일이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런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을 정도로 어떤 삶이 가치가 있는지, 어떻게 해야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지의 해답을 명쾌하게 들려준다. 그러기에 그들은 세상의 빛이다.
우리가 삶에 지쳤을 때, 어둠에 처했을 때 등불을 던져준 멘토, 퇴로 없는 막막함에 방황할 때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멘토. 그들이 우리 시대 나태함을 경계하는 불호령과 함께 끊임없는 정진의 문(門)을 열어주고 있다.
김영상 기자/ys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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