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지는 시장·쏟아지는 인력
변호사·의사·한의사·회계사 등 ‘고소득 전문직’ 여전한 선망불구 미래 암울
과거 부모들은 자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성공하려면 법대나 의대에 가야 한다”고. 성적이 좋은 문과 출신은 법대로, 이과 출신은 의대나 한의대를 가야 출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집 안에 ‘사’자(字)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대다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그들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인정했다. 수십년 동안 변호사, 의사, 한의사, 회계사 등 이른바 ‘4사(四士)’는 우리 사회 0.1% 엘리트층이자 대표적인 고소득 전문직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들의 위상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지난 6월 의사들이 “수술을 하지 않겠다”며 파업 투쟁을 벌였다. 포괄수가제 전면 시행을 반대한다는 주장이었다.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다. 매년 수억원을 버는 의사들의 밥 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제도는 시행되고 대한의사협회는 “잠정 수용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2010년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업계는 불황의 그림자가 짙다. 매년 로스쿨 졸업생이 수천명씩 쏟아져 나오면 가뜩이나 어려운 변호사 시장이 더욱 힘들어진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로스쿨 출신과 사법고시 출신들의 알력 다툼까지 생겨났다. 한의사와 회계사들은 “시장에 배출되는 인력을 줄여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파업, 시위라는 단어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전문직 종사자인 4사들이 이렇게 “죽겠다”며 앓는 소리를 하는 이유는 뭘까. 일반인에 비해 여전히 고소득 직업이지만, 과거에 비하면 형편없다고 투덜댄다. 무엇보다 미래가 불투명하다. 시장은 과포화 상태인데 아직도 매년 수천명의 새로운 인력이 공급되고 있다. “성공하려면 법대, 의대 가라”는 인식은 여전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부작용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개업 변호사 5명 중 1명꼴로 문을 닫는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우대하는 기업은 줄었다. 회계법인은 기존 시장만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 다른 시장을 기웃거린다. 개원의 중 폐업하는 비율은 늘어간다. 의사들의 평균 부채는 3억원을 훌쩍 넘었다. 취업률 100%를 자랑하던 국내 한의대는 3년 동안 크게 하락해 취업률이 70%밖에 안 된다. 일반인에 비해 여전히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어 마음 편하게 터놓고 얘기하기도 어렵다는 4사.
이들 슬퍼 보이는 4사의 얘기를 헤럴드경제가 들어봤다.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해 피고인의 신분으로 법정에 설 수밖에 없었던 한 법무법인 대표부터 전문의에 합격하고도 취업 걱정을 해야 하는 의사까지, 이들의 말 못하는 사연이다. 비단 이들의 밥그릇 문제만은 아니었다. 화려한 모습만을 보고 꿈을 키우는 변호사, 의사 지망생들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고개 숙인 우리 사회 0.1%, 그들의 2012년은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특별취재팀=박수진ㆍ박병국ㆍ황유진ㆍ서상범
ㆍ민상식ㆍ김성훈 기자ㆍ고재영 대학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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