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보안관 도입 1년…본지 기자 24시간 동행취재
소매치기·성범죄·폭행시비 등 연일 사건·사고로 얼룩
1~7호선 보안관 120여명 불과 제압과정에서 역고소 비일비재
직업정신·보람만으로는 벅차 철도공안 준하는 준사법권 절실
지난 7일 새벽 1시30분 신도림역. “여기요! 승강장 맨 앞쪽에 취객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어요. 도와주세요!”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공익근무요원이 쓰러진 취객을 혼자 힘으론 도저히 일으키지 못하고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다. 위험 상황을 직감하고 달리기 시작한다. 현장에는 한 청년이 팔꿈치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5분이 넘는 안마와 고함에도 청년은 미동도 없이 시체처럼 고꾸라져 있다. “들것으로 옮깁시다.” 말을 떼기 무섭게 갑자기 깨어난 청년은 자신이 들고 있던 우산과 팔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결국 옆에 서 있던 역무원이 얼굴을 가격당했다. 어쩔 수 없이 청년의 양팔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한다. 경찰이 출동하고서야 사건은 일단락됐다.
윤병준(32) 씨와 김찬용(34) 씨의 주말 새벽은 이렇게 흘러갔다. 지하철 역사를 종횡무진하며 사건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하는 이들은 바로 ‘지하철 보안관’이다.
지난해 3월 지하철 내 주취자들의 소란을 막고 소매치기 및 성범죄 등의 예방을 위해 도입된 지하철 보안관제가 운영된 지 1년을 훌쩍 넘겼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현재 1ㆍ2ㆍ3ㆍ4호선에는 총 80여명이, 5ㆍ6ㆍ7호선에는 39명이 지하철 보안관으로 활동 중이다.
이들은 패륜녀, 막장커플, 담배녀 등 세간의 입을 오르내리는, 소위 지하철 ‘트러블메이커’들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하지만 ‘직업정신’과 ‘보람’만 갖고 일하기엔 벅찰 때가 많다.
이들이 사용하는 장비는 허리 옆에 차고 다니는 삼단봉과 방검복이 전부다. 대원끼리 상황 보고를 주고받을 무전기조차도 없어 개인 휴대폰이나 카카오톡으로 상황 보고를 주고받는 실정이다.
더 어려운 점은 따로 있다. 지하철 보안관에게는 행패를 부리는 사람을 법적으로 단속하거나 처벌할 ‘사법권’이 없다는 것. 윤 씨는 “에스컬레이터 등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성추행범을 목격하고 검거한다 하더라도 증거물품인 스마트폰 사진 확보조차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오히려 제압 과정에서 ‘시민 폭행’ 등으로 역고소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 보안관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들의 유일한 장비인 삼단봉이 구색뿐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법권이 없는 지하철 보안관이 삼단봉을 사용했다가 자칫 ‘개인 폭행’으로 몰릴 수 있는 것.
하루 업무를 끝내고 나서 윤 씨를 비롯한 지하철 보안관들은 역사 안 조립식 패널로 만든 휴게실로 향했다. 원래 공익근무요원들이 사용하는 대기실이다. 몇몇 역사에는 지하철 보안관 휴게실이 따로 있는 곳도 있지만 아직 전 역에 보안관 휴게실이 설치돼 있지는 않다. 윤 씨는 “큰 대가를 바라는 게 아니다. 경찰처럼 대우해 달라는 것도 아니다. ‘코레일 철도 공안’처럼 준사법권이라도 주어져 좀 더 떳떳하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황유진ㆍ이슬기 기자> /hyjgogo@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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