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박수진 기자ㆍ이슬기 인턴기자]지난 20일 서울 대치동 대명중학교 체육관. 1학년 김세희(14) 군이 검은색과 파란색이 섞인 낡은 운동화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2년 동안 늘 신고 다니던 운동화. 친구들과 점심시간 운동을 마치고도 늘 휴지로 흙먼지를 닦아낼 만큼 아끼던 운동화였다. 김 군은 이날 이 운동화를 기부했다. 아프리카에서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뛰어다니는 친구들을 위해서다.
“얼마 전에 영화 ‘울지마톤즈’를 봤는데 아프리카 친구들이 맨발로 뛰어다니느라 발에 상처가 많더라고요. 영화는 별로 재미가 없었지만 그 장면은 자꾸 생각이 났어요. 그 친구들이 내 신발을 신고 안전하게 운동을 했으면 좋겠네요.” 일주일 용돈 5000원 중 3000원을 매주 유니세프에 기부한다는 김 군의 나눔은 이날 한층 더 깊어졌다.
이날 김군과 함께 낡은 운동화를 아프리카 및 동남아시아 개도국 아이들에게 기부한 학생은 무려 130여명. 대명중 학생들의 기부가 더해져 지난해 10월부터 개도국으로 전달된 낡은 운동화는 1만2000켤레에 달한다. 여기저기 헤진 낡은 운동화지만 아프리카 아이들에겐 ‘희망의 운동화’다.
서울시교육청이 사단법인 국제피스스포츠연맹(IPSF)과 지난해 10월부터 전개하고 있는 ‘희망의 운동화’ 나눔 캠페인이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캠페인이 시작된 지 1년이 채 안 됐지만 초등학교 47곳, 중학교 25곳, 고등학교 16곳 등 88개교 학생들이 기부에 참여했다. 이제까지 전달된 운동용품은 운동화 1만2000켤레, 유니폼ㆍ야구글러브ㆍ축구공 1000여 점 등 1t 트럭 6대가 꽉차는 분량이다.
캠페인을 기획한 서울시교육청 오정훈(50) 체육건강과 장학사는 “스포츠에는 경쟁이나 승리보다 나눔과 협동의 정신이 깊게 새겨져 있다. 아이들이 이런 나눔을 통해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배우길 바라는 마음에 시작하게 됐다”며 “전문운동화업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헌 운동화를 기부하면 학용품을 제공하는 등의 기부 독려 캠페인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교식(56) 대명중 교장은 “해외 아이들과 자매결연을 맺고 동전기부를 하는 등 아이들이 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봉사와 기부에 눈을 뜰 수 있도록 많은 경험을 해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sjp10@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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