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ㆍ고재영 인턴기자]오후 4시 반 서울 목동 야구장 앞. 야구 경기 시작은 6시 반이지만 이미 전쟁은 시작됐다. 이른바 ‘치킨 전쟁’이다.
경기 소식에 치킨집 사장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이 하나 둘 경기장 주차장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한 마리라도 더 팔겠다’는 각오는 판매자들의 큰 함성과 분주한 움직임에서 단박에 드러난다.
이들은 치킨 박스가 담긴 비닐봉지를 양 손에 대여섯개 씩 든 채 “○○치킨 있습니다. ○○치킨!”, “XXX있어요. XXX!” 등 열심히 상호명을 외치기 시작한다.
전략은 단순하다. 관심을 보이는 손님이 눈에 띄면 먼저 뛰어가 치킨을 들이미는 일명 ‘담박질’이 전략이다. 브랜드를 따지지 않는 80%의 손님들을 먼저 잡는 사람이 ‘치킨 전쟁’에서는 승자(勝者)다.
물론 이 전쟁에도 룰은 있다. A 치킨에 관심을 보이는 손님에게 다가가 B 치킨을 팔려고 하는 것, 즉 손님을 빼앗는 행동(일명 스틸)은 용납되지 않는다. 초보 아르바이트생들은 가끔 뭣 모르고 ‘스틸’을 시도했다가 혼쭐이 나기도 한다.
승률도 다르다. 어느 팀이 경기를 하느냐에 따라 치킨 판매량이 달라진다.
이 씨는 “목동을 홈으로 하고 있는 넥센이나 롯데나 기아 등 주요구단의 경기가 있을 경우 장사가 더 잘된다. 보통 10마리씩은 더 팔린다”고 전했다.
‘치킨 전쟁’에서의 적은 이웃 판매자가 아니다. 진짜 적은 바로 ‘궂은 날씨’와 ‘단속’이다.
비가 와서 경기라도 중단되는 날엔 행여라도 ‘치킨 환불’이 들어올까 겁부터난다. “단속’도 마찬가지다. 인근 상인들의 민원과 이어지는 단속앞에서 이들의 ‘전투력’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목동 야구장을 관리하고 있는 서울시체육시설관리사무소의 염순일 씨는 “프로 야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치킨 장사가 정말 많아졌다. 올해는 지난해의 2~3배 정도”라며 “치킨을 팔아야만 먹고 사는 사람들과 상권 보호 차원에서 그것을 막아야 하는 우리는 서로 부딪힐 수 밖에 없지만 매일 싸울 수는 없기 때문에 서로 협조를 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오후 6시 께. ‘치킨 전쟁’이 가장 뜨겁게 치닫는 시간이다. 구름떼처럼 관중들이 몰려오기 시작하자 판매자들은 지금부터가 ‘본 게임’이라며 ‘치킨’을 외치는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치열한 ‘치킨 전쟁’은 경기장 안에서 애국가가 울리면 종료된다. ‘질서 유지 경보’가 해제되고 이 때부터 자기 구역 없이 주차장을 누비며 남은 치킨을 팔 수 있다.
치킨 떨이를 위해 동분서주 하는 서 모(41ㆍ여)씨는 ‘마지막 남은 치킨 한마리’의 의미를 단 한마디로 표현했다.
“저한테 닭 한마리는 피눈물과 다름없어요. 다른 판매자들 한테도 마찬가지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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