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음악을 통해서 위로를 받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지나도 제 음악을 들을 때 ‘그 때의 내 시간에 윤하의 음악이 있었지’ 라고 떠올려주시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뿌듯하고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가수 윤하 말하는 자신이 음악을 하는 이유이자 목표다. 윤하가 쓰는 멜로디와 읊조리는 가사는 무료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활력을,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 공감을, 외로운 이들의 가슴을 보듬어주기도 한다.
지난 2004년 일본에서 먼저 데뷔 해 8년 동안 꾸준히 대중들의 공감을 얻어온 진심을 담아 노래해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의 탁월한 가창력이 있었기에 대중들의 지지를 뒷받침 할 수 있었다.
윤하는 지난 2004년 일본에서 만 16세의 나이에 ‘혜성’이라는 곡으로 일본 오리콘 차트 순위에 진입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는 2007년 첫 1집을 발표 한 후 그 해 연말 MKMF 솔로 신인상, 골든 디스크 신인상을 수상하며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윤하는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해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보여주며 팬층을 탄탄하게 이뤘고 지난 2010년 12월 발표했던 미니앨범 이후 공백기를 거친 후 정규 4집 앨범 ‘슈퍼소닉(Supersonic)’로 가요계에 돌아왔다. 아이돌 천하의 후크송이 주를 이루는 가요계에서 자신만의 음악으로 오랜 만에 대중에게 인사를 전하는 윤하를 지난 7월 20일 강남 모처의 카페에서 만나봤다.
타이틀곡 ‘런(Run)’은 1년여 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단단한 성장을 거듭한 윤하의 내적 고백이자, 한결같이 사랑과 응원을 보내준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메시지다. 일렉트릭 사운드와 브리티쉬 락이 주가 되는 강쾌한 노래로 싱어송라이터 Ra.D가 가사에 참여해 기대감을 더한다.
“이번 앨범은 제게 정말 특별할 수 밖에 없는 앨범이에요. 지금까지 작업해온 방식, 환경이 달랐거든요. 대체로 가이드를 듣고 곡을 쓰기 시작해 조금 간략하게 작업을 해서 웹하드에 올리면 편곡자 분께서 편곡을 하는 방식으로 앨범을 녹음하는데 이번에는 작업을 한 분들과 매일 같이 있었어요. 매일 함께 있으면 아이디어가 나올 때 바로 공유할 수 있잖아요. 지금 시대와는 맞 않은 작업 방식이었지만 이런 작업 방식이 제 심정을 앨범 안에 조금 더 녹여내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앨범 발표 전 선공개 된 존박과의 듀엣곡 ‘우린 달라졌을까’는 온라인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하며 윤하의 성공적인 컴백을 예감케했다. 윤하의 성숙해진 보이스컬러와 존박과의 완벽한 호흡이 노래의 깊이를 더했다는 평이다.
“존박 씨와는 동갑내기 친구에요. 노래를 누구랑 할까 생각하다가 존박과 함께 노래 불렀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가볍게 제안했어요. 존박 씨 소속사 대표님이 노래가 정말 좋다고 하시면서 제 제안을 흔쾌하게 받아들여주셨고요. 감사한 마음으로 존박 씨와 작업을 했어요. 존박 씨가 녹음 하는 동안 자기 일처럼 세세하게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참 고마운 친구죠.”
윤하는 최근 KBS2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를 통해 브라운관을 오랜만에 찾았다. 전설로 출연한 양희은의 ‘네 꿈을 펼쳐라’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편곡해 열창했고, 그의 무대에서 1년 6개월의 공백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공중파에서 노래를 하는 것이라 긴장이 조금 되기는 했지만 제 스타일로 편곡을 했기 때문에 의미가 컸어요. ‘네 꿈을 펼쳐라’는 제가 평소에도 좋아하던 양희은 선배님의 곡이었거든요. ‘불후의 명곡’에서 출연자들끼리 같은 곡을 선택하면 제비뽑기를 하더라고요. 당시 신나는 곡을 위주로 하시던 출연자 분들이 다 그 곡을 선택했었는데 제 매니저 분께서 경쟁 속에서 그 곡을 선점해왔죠.(웃음).”
“다른 분의 노래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었고, 승패와 상관없이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좋은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1승은 못했지만 음원사이트에 감상평이 제일 많더라고요.하하.”
윤하는 현재 MBC 표준 FM에서 ‘별이 빛나는 밤에’ 라디오 DJ로도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별밤지기’라는 타이틀로 방송연예대상 ‘라디오 부분 우수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는 당시 ‘올 한 해가 힘든 한 해 였는데 옆에서 늘 함께 해 준 분들게 감사하다. 다시 노래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연예대상에 수상자로 참여한다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어요. 예능프로그램에 나가면 제 별명이 ‘병풍’이었을 정도에요.(웃음). 그 상은 제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저를 성원해주는 에너지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상을 탐으로써 제 자리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고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해서 울컥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실수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제가 한 번에 여러 가지 하는 것을 잘 못하는데 DJ는 대본 보면서 시간 체크하고 큐시트도 숙지해야 하더라고요. 정신이 하나 없었죠. 게다가 게스트들이 많이 나오기라도 하면 그 날은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몰랐어요. 초반에 제작진 분들이 저를 스파르타로 교육하신다고 블락비와 에이핑크를 게스트로 초대해 14명과 함께 라디오를 진행한 적도 있었어요. 그래도 자꾸 하다보니 금방 익숙해졌어요. 이제는 대본 없이도 질문이 술술 나와요.” 전 소속사와 수익정산 등의 문제로 어린 나이에 법적 공방을 벌이던 그는 ‘별밤지기’이란 타이틀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고 청취자들로부터 위로를 받기도 하는 소통창구였다.
“제가 원래 인간관계에 조금 서투르고 제 생각만하는 폐쇄적인 경향이 있었는데 청취자분들이 제 마음을 열어주셨어요. 제가 대중들과 가까운 인물도 아니었고 저에 대해서 모르는 분들도 많이 계셨는데 ‘별밤지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청취자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부모님, 친구에게도 못털어놓는 고민을 저에게 보내고 전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분들이 정말 나를 믿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후에 사연을 들으면 ‘내가 최선을 다해서 대답해드려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정말 공부하듯이 사연을 읽었어요. 비슷한 사례들을 찾아보기도 하고요. 청취자 분들의 의도를 파악하고 공감을 해야 최선의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면서 저도 마음을 열게 됐고 인간관계를 조금 더 거시적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제가 좀 늦게 배운거죠. 또래 친구들은 대학교 1~2학년 때 선후배들과 술 먹으면서 배웠을텐데 말이죠.”
최근 아이돌 그룹이 홍수처럼 쏟아지면서 솔로가수들의 입지가 좁아져가는 것이 사실이다. 윤하는 불리할 수도 있는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솔직히 저번 앨범까지는 ‘걸그룹을 이겨야지, 경쟁해야지’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수적으로 열세하지만 이기겠다는 마음조차 없으면 솔로 시장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가요계가 일원화되고 가수들의 서열을 매길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제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는 욕심을 부려야 한다고 생각했죠.”
“한창 경쟁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살도 빼고 경락도 받고 했는데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다보니 음악에 소홀해지더라고요. 내 음악을 살리고 솔로 영역을 부각시키자는 취지였는데 ‘내가 할 수 있는데 따로 있는데 너무 다른 것에 치우쳐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하다보면 후배들도 따라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오기가 작용해서 이번 앨범에 일부러 얼굴을 안 넣었어요.”
윤하의 앨범 재킷에는 그의 모습보다는 감성과 음악 성향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그래픽들이 담겨있다. 윤하는 이또한 앞서 언급한 부분과 일맥상통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솔로로 활동하면 아무래도 점점 조용한 노래를 부를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음악방송을 나갈 때 여성솔로 무대가 되면 조금 쉬는 타임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도 솔로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외롭다거나 이기고 지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요. 여성솔로가수를 꿈꾸는 후배들이 있다면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는 겪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윤하는 오는 7월 28일 악스코리아에서 단독콘서트를 진행한다. 그리웠던 팬들과 더욱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는 기회다.
“지금까지는 콘서트에서 추첨이벤트나 중간에 뮤지컬처럼 중간에 연기, 마임을 하는 분들을 초대했었는데 이번 콘서트는 오직 음악만을 보여드릴 생각이에요. 사운드의 자극, 연주만으로음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요. 그것이 이번 콘서트의 목표입니다. 물론 앞으로의 목표이기도 하고요.”
윤하와의 인터뷰 속에 단호한 음악적 고집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이 윤하의 노래가 일상 속 공기처럼 스며들 수 있는 이유라는 생각도 함께. 앞으로도 대중들의 감성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음악을 하는 윤하의 청사진을 그려본다.
유지윤 기자/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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