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1ha당 1억5000만원 과도한 사업비 책정 탓
지원금 많아 융자, 자부담금 되돌려주며 보조금 착복
[헤럴드경제=조문술 기자]‘시설원예용 펠릿보일러 보급사업’이 일부 제조업체의 불법영업과 농가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예산만 낭비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2010년부터 시작한 이 사업에는 1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31일 업계와 검찰에 따르면, 시설원예용 펠릿보일러 보급사업이 실제보다 높은 사업비 책정으로 인해 보조금 횡령이 판을 치고 있다. 제조사와 소비자인 농민의 도덕적 해이, 부실한 사업관리의 합작품으로 지적된다.
이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높은 사업비 책정. 이로 인해 펠릿보일러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비는 1ha(1만㎡ㆍ3025평)당 1억5000만원이 책정돼 정부지원금 60%(국고 30%ㆍ지자체 30%), 융자 20%, 자부담 20%로 운영되고 있다. 즉, 3300㎡(1000평) 규모당 5000만원의 사업비가 책정돼 정부지원금 3000만원, 융자 1000만원, 자부담금 1000만원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예를 들어, 3300㎡ 규모의 딸기ㆍ토마토 작물의 시설원예 비닐하우스의 경우 통상 30만~40만Kcal/h 용량의 보일러가 1대 정도 설치된다. 이 경우 보일러 소비자가격은 3000만~5000만원(농업기계가격집 등록가격)으로 책정돼 있다.
이 정도 면적의 경우 보일러기기값은 설치비 포함 3000만원 이하라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따라서 사업비를 5000만원으로 계상해 3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아낼 경우 업체는 앉아서 이익을 챙기고 소비자(농민)도 융자와 자부담이 전혀 없이 보일러를 설치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사업비를 5000만원으로 계상하기 위해 업체들은 보일러 가격을 제조원가의 2~3배 수준으로 과도하게 부풀려 책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동일한 용량의 보일러도 제조사에 따라 2000만원의 가격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영업이 판을 치자 정상적인 마진을 책정해 낮은 보일러가격 등록을 한 업체가 외면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비자들 역시 공짜여서 보일러의 품질이나 사후관리 조건 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설치하고 있다.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인기관의 성능시험만 통과돼 농업용으로 등록되면 정부지원금을 받을 있게 돼 있다”며 “기술력 검증이 제대로 안 된 업체와 사후관리 여건을 갖추지 못한 업체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어 보조금이 횡령이 성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설원예용 펠릿보일러 보조금 횡령과 관련, 수사를 받고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제조업체와 농민도 있다. 광주지방법원은 7월22일 펠릿보일러 지원사업의 국가보조금을 부당하게 타낸 보일러 시공업체 박모(49) 씨와 박 씨와 짜고 보조금을 수령한 농민 13명에게 징역 등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도 최근 펠릿보일러 제조회사 몇 곳을 상대로 자부담금 및 보조금 부당 수령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수사는 보조금사업의 부조리에 대해 한 농민이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시설원예용 펠릿보일러 보급사업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사후관리 능력 및 기술개발 수준에 대한 사업체 점검 ▷엄격한 제품심사를 통한 가격거품 제거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현재 산림청이 주관하는 가정용 펠릿보일러 보급사업은 제품 성능인증 및 원가검증, 제조업체 심사 등을 통해 참여업체를 엄격히 심사하여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 역시 이같은 시행착오를 거쳐 올들어 정비됐다.
펠릿(Pellet)이란 제재 및 숲가꾸기 부산물인 목재를 가루로 만든 다음 고온 고압으로 성형한 알갱이다. 완전연소에 가까워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고 재도 거의 남지 않는 게 특징이다. 펠릿보일러는 이를 원료로 사용한다.
/freiheit@heraldm.com
<사진설명>시설원예용 펠릿보일러 보급사업이 제조 및 시설업자의 불법영업으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의 한 시설원예 농가에 설치된 농업용 펠릿보일러로, 기사 내용과는 관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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