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생생뉴스] 필리핀에서 싼 가격에 고철을 수입한 A 씨. 부산항에 들어온 컨테이너 박스를 열어본 순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고철은 커녕 쓰레기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31일 부산경남본부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필리핀으로부터 고철 대신 건축폐기물 같은 쓰레기가 담긴 컨테이너가 반입되는 무역 사기사건이 5건 발생했다.

무역사기 규모는 5건(계약금액 375만 달러)이며 실제 국내 수입업체가 본 피해금액만 130만 달러(우리 돈 5억원)에 이른다.

인천에 있는 한 B 수입업체는 지난 달 필리핀으로부터 스테인리스 스크랩(STAINLESS SCRAP·부스러기) 465t과 동(銅) 스크랩(COPPER SCRAP) 65t을 90만 달러(우리 돈 10억원)에 수입하기로 하고 대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며칠 뒤 국내에 반입된 컨테이너 17개를 확인한 결과 고철은 없고 건축폐기물로 가득차 있었다. 수입대금 10억원을 날린 셈이다.

다른 수입업체인 C 사도 지난해 11월 필리핀에서 고철 스크랩 511t을 24만 달러에 수입하기로 하고 대금을 지급했으나 국내에 들어온 컨테이너 24개에는 건축폐기물만 가득했다.

D 사도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를 당해 20만 달러를 날렸고 다른 고철 수입회사 2곳은 사기를 당해 고철 대신 건축폐기물을 받았지만 대금결제를 하지 않아 실제 피해는 입지 않았다.

필리핀 무역사기단은 국제시세에 비해 25% 싼 가격으로 국내 수입업체를 유인했다. 필리핀 현지 고철창고에서 일부 물품 적재현장만 보여준 후 수입업자가 돌아가면 고철을 빼내고 쓰레기를 적재하는 수법을 썼다.

혹은 고철을 컨테이너에 싣고 봉인한 뒤 필리핀 현지 항만 X-레이를 통과시켜 수입업자를 안심시킨 뒤 바로 컨테이너 야적장으로 가지 않고 다른 곳에서 컨테이너볼트를 풀어 쓰레기로 바꿔치기하기도 했다고 세관은 설명했다.

무역사기단은 컨테이너가 필리핀 항만에서 배에 선적되지 않았는데도 선적한 것처럼 거짓 선하증권을 만들어 대금지급을 요구했다. 또 배를 한국으로 직항시키지 않고 대만, 홍콩 등지로 경유시켜 시간을 끌면서 대금결제를 독촉하기도 했다고 세관은 덧붙였다.

부산경남본부세관의 한 관계자는 “시세에 비해 싼 가격을 제시하는 물품은 일단의심하고 필리핀 수출업체에 대하여 현지 상공회의소 등에 신용조사를 하고 무역실적이 충분한지 체크해야 한다”며 “비용이 들더라도 한국에서 물품검사를 한 뒤 대금을 결제하는 게 최선”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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