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49)씨가 중국 구금기간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증언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정부의 외교적 대응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 국민이 다른 나라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는데도 그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초기 대응도 미숙했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9일 김씨에 대한 가혹행위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중국 최고위층을 상대로 전기고문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중국 측의 성의없는 태도가 계속될 것에 대비해 국제법상 취할 수 있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는 “장관급 이상 중국 최고위층에 김씨에 대한 가혹행위문제에 대해 우선순위를 가지고 검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면서 “(고문 등에 대한) 김씨의 진술 외에 국내 여론 동향도 중국 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김씨에 대해 전기고문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 반중 감정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는 점을 알려 중국 측을 압박하겠다는 얘기다.

외교부 일각에서는 중국 측이 김씨 문제에 대해 계속 답변을 피하거나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일 경우 주중 한국대사의 소환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달 11일 김씨에 대한 2차 영사면담 때 전기고문과 구타에 대한 진술을 듣고 중국 측에 수차례 사실확인을 요청했으나 “가혹행위가 없었다”는 답변만 들었다.

김씨가 귀국한 이후인 지난 23일 천하이(陳海) 주한 중국대사 대리를 불러 재조사를 요구했으나 아직 중국 측의 답변은 없는 상황이다. 또 정부는 계속되는 문제 제기에도 중국이 성의 있는 답변을 해오지 않으면 김씨 문제를 국제무대로 끌고 가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고문방지 협약에 대한 중국의 이행의무를 부각시키고 유엔 인권이사회에도 김씨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국제사법재판소(ICJ)를 통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씨 자신이 중국 정부를 상대로 민ㆍ형사상의 책임을 묻되 여기서 만족할 만한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외교적 보호권 차원에서 정부가 김씨를 대신해 중국 정부를 상대로 책임자의 처벌과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거나 국제무대에서 공론화시키려면 당사자의 진술 뿐아니라 고문 등에 관한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김씨는 귀국 직후 건강검진을 받을 때 별다른 외상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고문 등은 구금 초기에 집중됐고 이후 3개월 동안은 가혹행위 없이 주로 노역을 시켜 증거가 남지 않았다고 김씨의 지인들은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다양한 외교적 대응 수단을 강구하고 있지만 중국과의 현실적인 관계 때문에 대응 수위를 높일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한 핵 문제와 탈북자, 자유무역협정(FTA) 등 여러 현안에서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커지는 것은 정부로서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hindw@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