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탈옵틱 등 최근 상장 기업들
디지탈옵틱 등 최근 상장 기업들 통일된 회계기준 없어 혼란 야기 동일기업 실적도 20% 이상 차이 당국은 “주관사 자율사항” 팔짱만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기업이 유사기업들을 통해 공모가격을 산정할 때 통일된 회계기준 없이 기업마다 각기 다른 실적을 근거로 밸류에이션을 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IFRS 회계 도입 이후 시장의 혼선은 인정하면서도, 뚜렷한 기준 마련에는 소극적인 입장이어서 문제로 지적된다.
31일 IPO업계에 따르면 이달 코스닥시장에 상장했거나 조만간 상장을 앞둔 디지탈옵틱, 엠씨넥스, 나노스 등 3개 회사는 카메라 모듈 관련 업체로 공모가 산정에 거의 같은 유사기업을 활용했다.
지난 13일 상장한 디지탈옵틱은 옵트론텍ㆍ와이솔ㆍ자화전자ㆍ이노칩 등 4개 기업을 유사기업으로 활용했다. 25일 상장한 엠씨넥스는 파트론ㆍ자화전자 등 2개 기업을, 다음 달 2일 상장을 앞둔 나노스는 와이솔ㆍ파트론ㆍ옵트론텍 등 3개 기업을 각각 비교 기준으로 삼았다.
보통 상장 주관사들은 유사기업들의 전년도 연간 순이익을 기준으로 주당순이익(EPS)를 구하고, 최근 평균주가를 EPS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을 근거로 IPO 기업의 공모 평가액을 산출한다. 이 평가액에 최종적으로 할인율을 곱해 공모가 밴드를 내놓는다.
문제는 IPO 기업이 동일한 유사기업을 활용하더라도 각기 다른 회계 실적을 근거로 EPS와 PER을 산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교 기준 자체가 다른 PER 대비 할인율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디지탈옵틱과 엠씨넥스의 경우 K-IFRS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EPS와 PER을 구한 반면, 나노스는 총포괄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총포괄이익은 당기순이익에 매도가능 금융자산 평가손익, 해외사업 환산손익 등 기타 포괄손익을 합한 값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같은 유사기업인데도 회계 기준에 따라 20% 이상 실적 차이가 발생했다. 디지탈옵틱은 옵트론텍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74억원을 근거로 EPS를 373원으로 계산한 반면 나노스는 옵트론텍의 총포괄이익 93억원을 근거로 EPS를 467원으로 산출했다.
나노스의 상장 주관사인 한화증권 관계자는 “PER 산출의 분모값인 EPS가 커지면 PER은 낮아져 오히려 공모가에는 불리하다”면서 “뚜렷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IFRS 체제 하에서는 총포괄이익이 정공법이라 생각해 이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거래소와 금감원 등 관계 당국은 공모가 산정에서 혼선을 빚고 있는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공모가격은 업계의 자율사항이란 설명만 내놓을 뿐 대책 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의 이익 창출력 측면에서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면서도 “공모가격은 금감원의 사항이지 거래소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모가 산정은 제도상으로 기업과 주관사의 자율사항”이라며 회계 기준 마련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한 시장전문가는 “자율사항은 유사기업 선정과 할인율의 문제이지, 밸류에이션 평가의 기초가 되는 실적 기준조차 정해지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재원 기자/jwchoi@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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