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ㆍ채상우 인턴기자]한 포털사이트의 차량용 블랙박스 카페에 올라와 있는 영상에는 술에 취한 남녀가 블랙박스 차량 앞을 지나면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커플은 취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차량 본네트 위에 기댔다가 블랙박스 촬영 중인 것을 확인하고 자리를 떠난다. 동영상 게시자는 ‘차량 위에서 애정행각을 벌인 커플이 괘씸하고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거 같아 그냥 올린다’고 글을 올렸다.
시민들의 안전과 교통 사고 방지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 차량용 블랙박스. 그러나 최근에는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사생활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17만 여명의 회원수를 가지고 있는 한 포털사이트의 차량용 블랙박스 카페에는 수십만 건에 달하는 블랙박스 영상이 게시판에 올라와 있다. 그 중 대다수의 영상은 모자이크처리가 돼 있지 않아 신변 노출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블랙박스가 원래의 용도 외에 ‘도촬’용으로 악용되면서 동영상 유포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당장 카페 관계자는 이 상황에 대해 사실상 관리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올리는 영상의 너무 많아 일일이 확인하기가 불가능하다”며 “영상을 올리고 책임을 지는 것은 결국 게시자 본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게재 사실을 알고서도 고의적으로 관리를 하지 않는 경우 방조죄에 해당, 카페 운영자의 관리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찍힌 당사자가 수치심을 느끼고 영상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킬만 하다면 명예훼손, 개인정보보호법에 제재를 받을 수 있다”면서 “영상을 올린 사실 자체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고, 사안별로 판단을 해야 한다”며 법적인 제재 조치가 모호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진식 넥스트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형법상 명예훼손을 적용하기는 매우 복잡한 문제지만, 민사소송으로 초상권피해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블랙박스로 인한 사생활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법 체제를 보완해야 이같은 관행을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th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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