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7년, 그러나 치유되지 않은 과거사…일본은 증오의 대상인가, 미래의 동반자인가
‘금(金)풍년 올림픽’이 11일 ‘운명의 올림픽’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남자 축구팀과 여자 배구팀은 이날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잇달아 일본을 만난다.
한ㆍ일 더블매치가 해묵은 숙명의 대결이 된 것은 단순히 올림픽 열기 때문만은 아니다. 불과 이틀 전, 일본 외무성은 독도를 한국 영토라고 표현한 우리 외교백서의 철회를 요구하는 외교적 도발을 자행했다. 치유되지 않은 과거사로도 모자라 엄연히 한국 영토인 독도 문제를 다시 건드린 것이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일본의 망언과 몰염치한 행동들은 ‘미래의 동반자’라는 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번번이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일까. 한국갤럽이 최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나라와 싫어하는 나라’를 조사, 발표한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는 예상대로 일본(44.1%)이었지만, 일본에 대한 비호감도가 10년 전에 비해 10.7%포인트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국민 의식은 어느 분야에서든 ‘상대가 일본이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극일(克日) 정서와 맞닿아 있다.
양국 간 경제ㆍ사회ㆍ문화적 교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가운데서도 축구와 야구에서 일본을 꺾을 때나 삼성전자가 소니를 제쳤다는 소식을 들으면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K-팝 걸그룹이 일본의 오리콘 차트를 점령하고, 꽃미남 장근석이 일본 아줌마 팬들을 매료시킬 때면 일본이 그토록 자랑하던 문화 콘텐츠에서도 일본을 눌렀다며 뿌듯해한다.
최근에는 “일본은 끝났다”는 극단적인 주장들도 들린다. 최악의 원전 사고에다 제조업 최강국이 무역적자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극일에 대한 자신감이 더 커진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 식민지배가 끝난 지 67년, 한일 강제병합 102년이 되는 지금, 우리는 과연 일본을 극복한 것일까.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스포츠 이벤트나 무역적자 등 몇몇 지표만으로 극일을 얘기하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태도”라며 “지난 20여년간 일본이 장기 복합불황을 겪으면서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제조업에서 금융 등 서비스업으로 경제체질을 전환했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이어 “오히려 일본의 현재는 10년 후 한국의 미래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경제구조는 물론 저출산 노령화 문제 등에서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을 때 진정한 극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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