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3회> 모든 길은 하나로! (12)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신희영이 누구냐? 불구대천의 원수인 유민 회장의 법적 마누라지만 한편으론 강준호의 호구를 잡고 있는 고용주 아니었더냐. 초록은 동색이라고, 남편 유민 회장에게 복수를 하려고 마음먹었으니 그의 아내 신희영에게도 마찬가지로 복수를 해야 의당치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당장엔 그녀를 구제하는 것이 순서였다.
“강 프로님, 죽여 줘… 좀 거칠게…”
다만 죽어가는 모습이 야릇하다는 점이 문제였는데… 입으로는 죽여 달라고 하면서도 그 애처로운 표정에는 빨리 살려내라는 갈구가 그득했다. 이 불편한 진실, 뜨거운 해장국을 떠먹으면서 으~ 시원하다고 부르짖는 것과 같은 그 심리는 뭘까?
“에라 모르겠다. 살든지 죽든지!”
그는 불쌍한 중생 신희영에게 작정한 대로 몸 보시를 하기 시작했다. 하긴 가진 게 몸뚱이밖엔 없었으니 어쩌면 전 재산을 다 바쳐 보시에 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서 좀 죽여 봐요.”
“그래, 각오하라고!”
과정이 생략된 스포츠 섹스에 과연 무슨 재미가 있을까? 농익은 바나나 껍질 벗겨지듯이 옷도 훌렁 벗겨지고, 경력 30년짜리 호떡장수가 불판 위에서 호떡 뒤집듯이 슬쩍 손을 대기만 해도 제풀에 잦혀지고 뒤집어지니… 강준호는 전혀 흥이 나질 않았다.
이를테면 감질 나는 맛이 없다는 것인데… 새우젓 국물을 손가락으로 찍어 먹으면서 육젓인지 오젓인지를 알아맞히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과정을 홀랑 빼먹은 채 어서 죽여 달라고 호통만을 치더라는 말이다.
“강 프로님, 빨리 어떻게든 해봐요.”
“허, 이거 참! 어떻게 하라고?”
“눈에서 별이 번쩍이게 좀 해보라고요.”
표현이 좀 촌스럽지만, 이제 슬슬 발동이 걸려서 발바닥부터 따끈따끈해지기 시작하던 강준호는 그녀의 독촉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스포츠 섹스의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어서 내성으로 진군하라는 명령을 내린 셈이었다.
이팔청춘 이몽룡이 열여섯 살 춘향이와 놀 때에도 앞태를 보고, 뒤태를 보고, 업어 놀고, 안아 놀고, 말 태워 놀기를 한동안이나 반복하다가 서로 간에 갈증으로 인해 목젖이 말라붙을 때쯤에서야 끝장을 보지 않았던가? 그동안 이몽룡은 지겟작대기를 부여잡은 채 참을 인(忍)자를 몇 번이나 썼을까?
하물며 오팔청춘을 한참이나 넘긴 여자가… 주위사람들 모두 제 주위를 떠나갔다는 생각에 아무리 허전하다고 한들… 아직 바지도 벗지 않은 놈에게 뭐라고? 눈에서 별이 번쩍이게 좀 해보라고?
“이런 상태로 둘이 만난 자리에서도… 명령을 하는 거요?”
“그런 셈이네. 얼마나 답답하면 그러겠어요?”
“나도 한 때는 터프하기로 소문 난 사람이었다고요. 잘 아시잖아요?”
“사설이 왜 그리 많아요? 어서 내 눈에 별이 번쩍이게 해 보라니까요?”
“이 사람이 정말…”
강준호가 그녀에게 대들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남편을 비롯하여 아들, 딸에 이르기까지 죄다 제멋대로 놀아나는 통에 짜증이 증폭된 것이려니… 하고 마음을 달래야만 했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그도 한 때는 껌 좀 씹던 남자 아니었던가.
그는 침대에 누워있던 신희영을 느닷없이 벌떡 일으켜 세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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