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문술 기자] 물가가 무섭다. 불황 속 물가 인상은 서민가계의 생존마져 위협하고 있다. 라면, 설탕, 밀가루, 맥주값이 들먹거린다. 불안정한 농수산물 가격은 ‘밥상 구조조정’마저 초래하고 있다. ‘물타기 인상’, ‘네탓 인상’, ’성형수술 인상’ 등 한계 상황에 내몰린 업체들의 꼼수형 가격 인상은 서민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0년 넘게 같은 가격에 머물러 있는 한 상품이 눈길은 끈다. 세계가 원자재 대란으로 요동친 최근 10여년 간의 상황인데도 말이다.
박카스. 타우린(taurine)이 주성분인 100㎖짜리 이 드링크제품(박카스D)은 1991년 약국 공급가격 330원(부가세 제외 가격)에서 2009년 370원(부가세 포함시 실제 공급가는 407원)으로 조정됐다. 소매가격은 이후 21년간 500원을 넘어선 적이 없다. 편의점용인 120㎖짜리 박카스F만 용량이 커진 만큼 올라 소매가격이 700원이다.
현재와 같은 드링크제 형태의 박카스가 선보인 것은 1963년. 가격은 자장면과 같은 40원. 반세기가 지난 지금 동네 자장면 가격은 4500∼5000원으로 100배 넘게 올랐다. 반면 박카스 값은 그의 10분의 1인 450∼500원에 불과하다. 같은 해 처음 나온 삼양라면도 개당 소매가격 10원으로 박카스보다 쌌지만, 지금은 희망소비자 가격이 750원이다. 75배로 오른 것이다.
따라서 박카스는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에 비춰보면 거의 제자리를 지킨 셈이다. 박카스의 주요 원자재인 타우린, 병값도 발매 이후 수십배는 올랐다. 타우린은 피로회복과 간장기능 개선 등의 역할을 하는 아미노산의 한 종류다.
과연 비결은 뭘까.
우선 규모의 경제효과를 활용한 경영전략이 숨어있다. 동아제약은 박카스 판매로 연 15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 가격을 올리는 대신 많이 팔아 이익을 내는 박리다매 전략이 깔려있다. 박카스는 국내 제약업계 1위인 동아제약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안겨주는 효자 제품이다.
피나는 원가절감 노력도 한 요인. 박카스는 제조공정이 30여가지에 이른다. 회사측은 원가를 낮추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자동화 시설투자를 했다. 현재 박카스 한병의 원가는 300원이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통 과정에서의 ‘남다름’도 눈에 띈다. 박카스는 판매시 대부분 현금으로 거래한다. 그러다보니 불필요한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제약 업계에 만연한 의약품 판매 리베이트와 같은 부대비용(?)도 없는 것도 한 요인이다. 연구개발비 및 시설투자비의 회수가 완료된 데다 유사 드링크제품 간 극심한 경쟁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소비자의 높은 충성도를 무시하기 힘든 이유도 있다. 박카스는 대표적 서민 생활밀착형 상품이다. 원자재값 등 원가 상승분을 반영해 매정하게 가격을 냉큼냉큼 올릴 경우 회사가 받을 저항도 적지 않다.
박카스값이 이처럼 고정되면서 여타 경쟁 드링크제품의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도 나타내고 있다. 비타500(광동제약), 생생톤(동화약품), 원비디(일양약품) 등도 10여년 째 500원에 묶어놨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1960년대 초 세계 최빈국이던 우리나라 서민들의 건강개선과 피로회복을 위해 만든 제품이 박카스”라며 “발매이후 현재까지 품질과 가격에서 소비자와 한 무언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freiheit@heraldcorp.com
▶박카스 약사 *1961년 알약 100정 포장단위로 발매 시작
*1962년 8월 20㎖ 앰플제인 ‘박카스 내복액’으로 변경
*1963년 8월 현재와 같은 100㎖ 청량강장영양제 박카스D 발매
*1964년 박카스D 드링크제 발매 1년 만에 매출 1위
*1981년 아랍에미레이트와 미국 첫 수출
*1991년 박카스D 성분 보강 ‘박카스F’ 발매
*1996년 중국 강소성 박카스 생산공장 건립 현지 판매
*1997년 누계 판매량 100억병 돌파
*2000년 연간 판매량 7억병 돌파
*2005년 3월 박카스F 타우린 2000mg으로 늘려 박카스D(더블)로 업그레이드
*2010년 누계 판매량 170억병 돌파
*2011년 의약외품 전환에 따라 120㎖ ‘박카스F’ 생산 재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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