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주도하는 ‘경제민주화’ 논쟁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우려스러운 시선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정통 경제학에는 없지만 정치 바람을 타고 새롭게 만들어진 ‘조어(造語)’가 실상 무분별한 재벌 죽이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집단의 잘못을 내버려두는 것은 당연히 옳지 않지만 기업가정신을 꺾는 규제는 우리나라 경제에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제학자들은 입을 모았다. 더욱이 경기침체 심화로 연 2%대 성장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 더욱 기업을 경제민주화라는 미명하에 가둬두면 안 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은 기업들이 치열해진 글로벌 생존 경쟁을 견디고 세계 시장에서 더욱 굳건히 자리잡도록 격려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현재 진행되는 경제민주화 논의는 기업에 대한 규제가 주 내용을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벌의 잘못된 행위를 그냥 놔두는 것은 안된다”고 전제한 이 교수는 “그러나 경제민주화 논의는 마치 칼을 사용하면 무조건 사람을 죽인다고 생각하고 칼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그는 “칼을 쓰는 대부분의 사람은 요리 등 생산적인 일에 사용하는데 극소수 칼의 오용 때문에 칼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생존의 기로에 놓여있는 기업을 지나치게 옥죄면 기업은 물론 우리 경제에도 큰 손실이 된다”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 논의가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계속될 경우 큰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3분기 경제성장률이 ‘0’에 가깝고 올해 경제성장률도 당초 예상을 크게 하회할 만큼 경제가 어려운 상황으로 지금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며 “지금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는 실리 없이 명분만 좇는 조선시대 ‘예송 논쟁’과 비견할 만큼 실익이 없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현재의 경제민주화는 있는 자와 없는 자로 편을 가르고 있는 자로부터 부를 빼앗아 나눠가지자는 발상”이라며 “이는 재벌은 물론 경제적인 약자에게도 궁극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각종 규제권과 인ㆍ허가권을 가진 정부에 대해 기업은 ‘을’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현재 경제민주화 논의는 재벌을 마치 큰 힘을 가진 거대 악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 논의 중 중소기업 육성 및 동반성장 문제 등은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재벌의 소유구조 문제 등을 빌미로 지나치게 규제를 할 경우 기업의 투자 위축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히 대내외 경제여건이 좋지 않고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수출마저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벌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우리나라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남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