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여제(女帝)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를 두고서다. 그리스는 구제금융 조건인 긴축안의 이행 시한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하는 가운데, 그리스에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를 받아들이기도 거절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가장 어려운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에 처했다고 전했다.
WSJ은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의 요청을 받아들이면 자국 내 반발에 직면하고, 거절하면 유로존이 붕괴되는 위험을 감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까다로운 딜레마에 직면한 셈이다.
메르켈 총리에게 그리스는 뜨거운 감자다. 그리스는 경기침체로 기존 긴축안을 그대로 이행하기 어려운 처지다. 수십억 유로의 추가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유로존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남유럽의 재정위기국에 큰 타격을 입혀, 유로존은 위기에서 헤어나오기 힘들게 된다. 이에 따라 유로존의 돈줄인 독일의 결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독일 내부 속사정은 단순치 않다. 독일의 중도우파 연정은 그리스 긴축 조건의 변경과 추가 지원 등을 반대하고 있다. 연정파트너들은 메르켈 총리에 그리스의 손을 들어줄 경우 다수당의 지위를 누릴 수 없도록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리스의 운명이 독일 정국에 달려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리스는 “돈이 아닌 시간을 달라”면서 재정감축 시한을 늦춰달라고 매달리고 있다. 유로존 지도자들은 다음달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 등 트로이카 실사단의 그리스 재정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그리스 정부와 연쇄회담에 들어갔다.
메르켈 총리는 23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 이어 24일 그리스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를 만난다. 메르켈 총리는 이자리에서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유로화안정기구(ESM)에 대한 독일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트로이카의 보고서를 검토한 후 결정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들 결과에 따라 유럽 재정위기가 안정될 수도, 유로존 붕괴라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유로존이냐 독일이냐’ 유럽공동체의 운명을 가를 메르켈 총리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권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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