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ㆍ채상우 인턴기자]시장 입구를 지키던 간판은 철거되고 앙상한 골조만 남았다. 상인들은 떠나는 아쉬움을 눈물로 대신했다. 지난 20일 오후, 44년 역사를 뒤로하고 이달 말 폐업하는 서울 영등포 대림시장을 찾았다. 수십년간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상인들은 비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장대비가 마치 내 마음 같다”며 떠나는 슬픔을 전했다.
12년 동안 옷 수선가게를 운영해온 박혜숙(45) 씨는 대림시장의 지는 역사와 함께한 주인공이다.
박 씨는 “한창 잘될 때는 하루에 20만원씩 벌기도 했는데 막판에는 한 달에 16만원 수입으로 버티는 상황까지 갔다”면서 “막상 아들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했을 때는 죽고만 싶었다”고 지난날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쳤다.
시장 상인들은 오는 30일까지 이주를 마무리해야 한다. 그러면 31일께 가게 보증금액에 따라 250만원에서 최고 500만원까지 이주비용을 받을 수 있다. 김윤희(56) 대림시장 상인회장은 “이주 보상금을 받는 것도 수십차례 협상을 통해 이뤄진 일인데 그나마 다행이라 여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어물가게 주인 김윤숙(56) 씨는 다른 가게와 달리 물건 정리를 거의 하지 못했다. 그는 마지막 소원이 있다고 했다. 이번 추석까지만 장사를 하는 것이다.
김 씨는 “곧 있으면 추석 대목인데 그때까지만이라도 장사를 하게 해 달라고 사정해봤지만 법원 관계자가 ‘그건 댁 사정’이라고 잘라 말했다”며 섭섭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날이 선선해지면 냉장고 물건들도 쉬이 상하지 않기 때문에 이사하기도 한결 쉬울 텐데…”라며 하루라도 더 대림시장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내비쳤다.
시장 상인들만 아쉬운 것은 아니다. 대림시장 인근에서 40년 넘게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상희(60) 씨는 “대형 마트가 자꾸 생기고 재래시장이 사라지는 걸 보니 결국 ‘부익부 빈익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같은 영세 상인들이 할 줄 아는 건 하던 장사뿐인데 어디 가서 어떻게 살란 말인지…”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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