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일(대구) 기자]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훔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배모(49)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는 7일 배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범죄와 관련한 증인들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등 재판부가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입증돼지 않은 만큼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in dubio pro reo)’라는 형사소송의 대원칙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은 공소사실의 인정여부와 관련된 것이지 상주본이 피고인의 소유라던가 피고인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재판장은 선고를 마친 뒤 피고인 배씨에게 “판결은 공소사실에 대한 것인 만큼 숨겨놓고 있는 훈민정음 상주본을 하루라도 빨리 공개하는 것이 역사와 민족, 인류에 대한 피고인의 책무”라며 “상주본을 빨리 내놓고 전문가의 손에서 관리, 보관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국보급으로 평가되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2008년 피고인 배씨가 집 수리를 위해 짐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며 세상에 공개했지만, 얼마 뒤 상주의 골동품 업자 조용훈(67)씨가 배씨가 상주본을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이 시작됐다.

민사재판에서 대법원은 배씨가 조씨의 가게에서 다른 고서를 사면서 상주본을 몰래 가져간 점이 인정된다며 조씨의 소유권을 인정했고, 배씨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았지만 상주본을 숨긴 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에서 상주본의 소유권자로 확정판결을 받은 골동품 업자 조씨는 지난 5월 상주본을 되찾으면 문화재청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상주본은 국보 70호로 지정된 간송미술관 소장의 훈민정음 해례본과 같은 판본으로 판명돼 ‘상주본’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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