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무슬림 모욕 영화로 촉발된 반미(反美)시위가 이슬람권 전역으로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지난 1979년 이란 미대사관 인질사건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슬람교 모독’으로 받아들여지는 사건으로 시작돼 이슬람권 전체로 번지는 양상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 인질사건은 지난 1979년 11월부터 1981년 1월까지 무려 444일동안 미국인 60여명이 억류됐던 사태다. 이 사건은 이란의 이슬람혁명 과정에서 과거 팔레비 독재왕정을 지원하던 미국에 대한 적대 감정이 표면화하면서 발생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슬람교 성지인 메카 카바 신전이 무장괴한들에게 점거되고, 배후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슬람권 전역으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이에 반(反) 이슬람 영화가 ‘불씨’가 돼, 리비아, 이집트, 예멘 등 중동은 물론 동남아의 이슬람 국가로 확산되고 있는 이번 사태는 미국에 1979년 인질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슬람권의 반미시위가 1979년 당시 이념적 반미투쟁과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말에는 이슬람권이 이슬람혁명이라는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아 ‘독립’을 외치던 때였으나 지금은 ‘아랍의 봄’에 따른 민주화라는 새로운 흐름이 중심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반미감정은 여전하지만, 과거처럼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극단적인 이념이 시민들은 선동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얘기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13일(이하 현지시간) 이번 리비아 사태에 대해 “이는 반미감정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무장반군을 통제하지 못한 새 정부의 무능력이 더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13일 이슬람권 폭력 사태가 미국 내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미국 ABC방송에 따르면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는 “무슬림 모독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폭력 사태의 위험성이 국내외에서 모두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FBI는 특히 미국 내 극단주의자들이 이 영화를 이용해 대중 분노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뒤 이에 대비할 것을 관계 기관에 지시했다. 미국과 이슬람권 국가들은 이번 반미 시위가 이슬람권 휴일이자 기도회가 열리는 14일에 최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고, 비상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권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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