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탐욕과 이기심이 끝이 없다. 이번에는 외국 여권을 위조해 자녀들을 국내 외국인학교에 불법 입학시킨 게 들통나 대거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수사 대상자는 30~40명에 달하며 이들은 대부분 재벌가를 비롯 변호사, 병원장, 전문경영인, 투자업체 대표 등 사회지도층 인사 집안이라고 한다. 사회의 모범이 돼야 할 지도층 인사들이 되레 재력을 이용해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사회적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최근 경제민주화 논란이 달아오르고, 사회양극화 해소가 당면 과제로 된 것은 이처럼 가진 자들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못한 때문이다.
이들의 불법 입학 수법을 보면 물질만능의 천박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들은 이민 알선업체 등을 통해 온두라스ㆍ니카라과 등 중남미 지역 국가의 가짜 여권을 만들어 학교에 제출, 입학 허가를 받았다.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이면 입학할 수 있다는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물론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대가를 지불한 결과다. 그런데도 불법을 저지른 당사자는 검찰에서 “(돈만 주면) 진짜 외국 국적을 주는 줄 알았다”고 태연히 진술을 했다고 한다. 돈이면 뭐든지 다 해결된다는 도덕 불감증이 한심하고 부끄럽다.
상류층 인사들이 자녀를 불법으로라도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려는 것은 ‘그들만의 리그’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다. 당초 외국인학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나 장기간 해외에서 체류했던 주재원 자녀의 교육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모든 교과 과정이 영어로 진행되는 등의 특성 때문에 조기 유학의 대안으로 부상한 데다, ‘아무나 갈 수 없는 학교’라는 점이 탈법과 불법의 유혹에 빠져들게 한 것이다. 더욱이 재학생의 80%가 한국인이고, 대부분 부유층 자녀들이다. 이를 고리로 상류층끼리의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은 그들에겐 떨칠 수 없는 매력이었던 것이다.
자녀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고 성장하길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상류층 집안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내 돈으로 더 나은 교육환경을 찾아가겠다는 것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다만 법의 테두리는 벗어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솔선수범을 의미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성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하위 수준이다. 군대를 가지 않는 비율이 상류층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등 그 사례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자본주의 역사가 짧고 압축성장의 그늘이라는 등의 진단은 이제 지겹다. 사회지도층이 달라질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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