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도입 10년, 글로벌 톱5를 꿈꾼다 <下>
국내 ETF거래대금 증가세 불구 인버스 등 일부 종목에만 쏠려
기관 외면으로 수급기반도 빈약 美·EU ETF시장과 대조적
차별성없는 판박이 상품 줄이고 위험관리 반영한 상품개발 주력
ETF가 국내에 도입된 지 5~6년이 지나도 별 관심을 끌지 못하자 업계 관계자는 2012년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했다. 미국 ETF 시장도 도입 10년째 제대로 정착한 만큼 국내에서도 도입 10주년이 되는 2012년까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얘기였다. 많은 숨은 노력이 있었겠지만 시간도 ETF 시장에 약이 됐다. 10년 동안 펀드 열풍이 한 차례 지나가고 ETF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어느새 국내 ETF 시장은 아시아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ETF가 투자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고 하기엔 아직 이르다. 일부 종목으로의 쏠림현상이 심각한데다 기관투자자의 외면으로 수급 기반도 탄탄하다고 볼 수 없다. 10년간 양적인 성장에 성공했다면 이제 향후 10년간 질적인 ‘제2의 성장’을 위해 도약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쏠려도 ‘너~무’ 쏠려=국내 ETF 시장은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곳으로 꼽힌다. ETF 순자산보다 거래대금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하면서다. ETF의 시가총액이 코스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지만 거래대금 비중은 12%에 달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ETF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5370억원이다. 전년 대비 6460억원 늘어났고, 2005년에 비해서는 48.8배나 증가했다.
문제는 이 유동성이 레버리지나 인버스 아니면 코스피200 ETF 등 몇몇 종목에만 쏠려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는 129개 중 상위 5개 종목의 거래량 비중은 무려 96.7%다. 기존 ETF의 선점효과가 있다보니 거래량 쏠림현상은 대부분의 시장에서 나타나지만 국내의 경우 그 정도가 과하다.
윤종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ETF 시장은 평균 유동성이 높지만 일부 파생상품형 ETF에 거래가 집중돼 다른 유형의 ETF는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이들 종목에 대한 LP(유동성 공급자)의 의무 강화나 인센티브 확대 등과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우려는 투자자 보호다. 레버리지와 인버스 등 파생상품형 ETF에 거래가 집중돼 투자자의 위험 노출도가 커졌다. 미국의 경우 투자 위험에 대한 우려로 2010년 3월 이후 파생상품형 ETF는 신규 출시가 보류된 상태다.
감독당국은 일단 레버리지 ETF 등에 대한 실명의무 강화와 적정성 원칙 적용, 교육 확대 등으로 신중한 투자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기관투자자 참여가 관건=ETF는 안정적인 자산배분을 위한 상품이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장기 간접투자처로 적합하다는 얘기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ETF 시장은 기관투자자 비중이 50%를 웃돌 정도로 절대적이지만 국내는 그렇지 못하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ETF 시장에서 투자자 비중은 개인이 44%로 가장 높다. 외국인과 증권이 각각 26%와 21%를 차지했다. 증권을 제외한 기관의 경우 단 9%에 불과하다. 특히 이 중 연기금은 0.11%, 국가 지자체는 0.23%에 그쳤다.
기관 비중은 2007년만 해도 40% 안팎에 달했지만 2010년 18%로 줄더니 지난해는 10% 아래로 떨어졌다.
성수연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투신과 일부 보험의 참여만으로도 20%가 넘는 거래 비중을 기록할 만큼 전체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았다”며 “시장이 확대됨에도 불구하고 기관의 관심은 늘지 않다보니 전체 거래 참여도는 점차 하락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운용규제도 기관의 ETF 외면에 한몫했다. 기존까지는 퇴직연금의 ETF 투자가 금지됐으며, 각종 연기금도 기금운용 규정상 ETF를 편입하기에는 제한이 있었다.
지난달 6일 변경이 예고된 퇴직연금 감독규정에 따르면 운용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적립금의 40%) 내에서 ETF 투자가 허용되며, 여타 운용규제도 개선방안이 검토 중이다.
▶판박이 상품은 이제 그만=차별성 없는 ETF의 신규상장은 제한되고 신상품 도입은 적극 추진된다. 당장 다음달에는 우리자산운용의 레버리지 국고채 ETF가 상장될 예정이다. 국채의 실질 만기를 배로 늘리는 효과를 갖도록 설계된 것으로 금융위가 ETF 시장을 다양화할 대표상품으로 소개한 바 있다.
합성 ETF도 금융당국이 도입을 추진 중이다. 거래상대방의 위험이 존재하는 상품이다 보니 해외 ETF 시장에서도 규제방안이 먼저 거론되고 있지만 단순하고 투명성을 갖춘 상품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인다는 입장이다.
김경학 거래소 상품개발팀장은 “합성 ETF의 경우 해외 시장에서도 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한때 발행을 중단했다가 제도개선 등과 함께 다시 발행을 시작했다”며 “거래소 상장 규정과 금융위원회 금융투자 규정에 공시해 거래상대방 선정과 위험관리 등과 관련한 내용을 연내 반영, 합성 ETF 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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