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경기도 부천의 춘의1-1구역 재개발사업지에서 시공사가 조합을 상대로 352억여원에 달하는 매몰비용(사업 진행 과정에서 투입된 비용)을 청구하면서 뉴타운 구조조정에 따른 매몰비용 문제가 사회적 갈등 문제로 본격화하고 있다. 정비사업 진행을 위해 지출한 비용을 조합원, 시공사, 지자체 가운데 과연 누가 얼마나 부담해야 하느냐를 놓고 충돌이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한 것으로, 특히 부천 재개발 사업지의 경우 액수가 수백억원대에 달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경기도 소재 뉴타운 사업지를 중심으로 속속 매몰비용 폭탄이 나타나는 가운데 매몰 비용 갈등의 최대 고비는 출구전략을 위한 실태조사가 한창 본격화하고 있는 서울시에서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 매몰비용 폭탄 이제 시작…내년부터 서울 뉴타운에서 매몰비용 갈등 봇물 이룰 듯= 부천에서 수백억대의 매몰비용이 조합에 청구됐지만, 매몰비용 갈등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지난 5월 경기도 수원113-5구역(권선5구역)에서 주택재개발 조합 설립 인가가 취소된 이후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조합에 청구한 매몰비용 41억원이 전국 최초의 매몰비용 갈등 사업지였다.
이후 뉴타운 구조조정이 한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경기도 정비사업지에서 속속 매몰비용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양상이지만, 매몰비용 갈등의 절정은 결국 가장 규모가 큰 서울의 뉴타운 정비사업지에서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뉴타운 구조조정에 고삐를 죄고 있는 상황이다.
시는 이를 위해 12월로 예정돼 있던 추진주체가 있는 15개구 39개 정비구역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뒤 결과를 통보키로 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이어 사업추진 주체가 없는 ‘재개발 초기단계 구역(266곳)’도 전면 실태조사 대상이며, 추진위원회, 조합 등 추진주체가 있고 상대적으로 사업이 많이 진척된 305개 구역은 매몰비용 사용 비용 보조 기준 등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개정’ 작업 완료 후에 실태조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이들 가운데 사업 해제 과정을 밟을 곳이 적잖을 전망이어서 매몰 비용 갈등이 내년부터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번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중앙정부, 지자체 이견에 매몰비용 해법은 여전히 오리무중= 이처럼 매몰 비용 부담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해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특히 사업이 상당 부분 진척된 조합설립 이후 단계의 정비사업지가 가장 큰 문제다. 올해 2월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재개발 조합을 설립하기 이전 단계인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사업승인이 취소된 경우에는 해당 지자체가 매몰비용 일부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최근 뉴타운ㆍ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다 중단된 추진위원회에 대해 내년부터 사업 과정에서 투입된 비용(매몰비용)의 최대 70%까지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조합을 설립한 이후의 정비사업지에서 발생한 매몰비용은 100% 조합이 부담해야 한다. 앞서 부천의 춘의1-1 재개발사업지 역시 조합 설립 이후 단계의 정비사업지여서 현행법상 352억원을 조합원들이 모두 나눠 분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매몰 비용 보전을 조합설립 이후 단계로까지 확대하자는 요구가 지자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중앙정부는 절대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부는 뉴타운은 주민들이 개발이익을 전제로 하고 일반분양을 통해 사업을 꾸려 나간 건데 수익이 안 나 철회할 경우 그 비용을 국고로 지원하는 건 재정 사용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자칫 모럴해저드 논란도 제기될 수 있어 부담이다.
하지만 일선 지자체들은 추진위원회 운영비용은 지자체가 보조할 수 있도록 하고, 조합의 운영비용은 보조하지 않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맞서고 있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매몰비용 보조를 확대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같은 매몰비용 논란이 일단락되지 않으면 뉴타운 구조조정에 따른 혼란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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