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공세 부당함 강조 불구 역사관 부재·불통이미지만 키워 “기자회견 왜 했나” 반발만

최필립 사퇴 요구도 수포로 대선구도 악영향 불가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정수장학회 관련 잔불을 진화하려다 오히려 산불만 키우는 형국이 됐다.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진화하려 했던 정수장학회 논란 해법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박 후보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수장학회 논란이 야권의 정치공세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하고 ▷부일장학회는 강탈이 아니라 헌납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지켜본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내에서조차 역사인식 부재,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의 진정성 퇴색, 여전히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불통(不通)을 문제삼았다. 일부에서는 “기자회견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선거를 하려는 거냐” “과거사 사과는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정치권의 관측과 달리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논란이 ‘정치공세’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박 후보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퇴진 요구에 “이사진이 부정부패와 연루됐다면 물러나야겠지만, 설립자와 가까운 사람이라는 이유로 물러나라는 것은 옳지 못한 정치공세”라고 밝혔다.

쇄신파 김성태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정수장학회 문제를 왜 정치공세라고만 인식하는지 모르겠다”며 “비판 목소리 자체를 상당 부분 해명하는데 시간을 보내면서, 이 문제가 또 정쟁에 중심에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친이계 조해진 의원도 “장학회가 장물이 아니라고 설명하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본래 말하려면 취지보다 그 부분이 더 부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논란을 의식한 듯, 나름의 박근혜식 해법을 제시하는 ‘모순’을 연출했다. 박 후보는 “이사진은 장학회의 명칭을 비롯해 모든 것을 잘 판단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당부, 최필립 이사장의 퇴진을 직접 언급했다. 해법 제시 자체가 ‘울면서 겨자먹기’ 식으로 비쳐, (정수장학회 관련) 진정성 있는 인식을 보여주는 데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특히 최필립 이사장이 사퇴를 완강히 거부, 박 후보의 해법은 무산됐다.

당내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이 논리가 서로 맞지 않는 ‘모순 덩어리’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자신과 무관하며, 100% 야권의 정치공세일 뿐인데, 장학회의 이사진 사퇴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차라리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게 더 나을 뻔했다. 모순된 내용이 너무 많다”고 답답해했다.

나아가 박 후보는 최근 고 김지태 씨 유족이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반환소송의 1심 판결 결과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김 씨의 주식 증여에 강압이 없었다”는 식으로 답변했다가 뒤늦게 번복했다. 정수장학회의 강탈을 부인하며 “김지태 씨가 부패 처벌을 면하려 헌납했다”는 발언까지 더하면서, 과거사 인식 논란에 또다시 불을 붙였다.

득보다 실이 많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면서 캠프 내부에서는 향후 대선구도에 상당히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상돈 정치쇄신특위위원은 22일 라디오에서 “과거사 문제가 박근혜 후보에 불리한 프레임이라 이걸 좀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로 기대했는데, 그런 기대와 어긋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민선ㆍ손미정 기자ㆍ이정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