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3인 지지율 지지부진 줄다리기 속 최후 흥행카드로 ‘개헌론’ 만지작

밋밋한 대선판에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게임’이 시작됐다. ‘헌법을 바꾸셔서 3년 3개월짜리 대통령이 되시라’는 주문을 해야 한다. ‘고양이’(대통령 후보) 목에 ‘방울’(임기단축 및 권력분산)을 달아야 밋밋한 대선판에서 이슈를 선점하고 상대 표(票)와 중도 표를 끌고 올 수 있다는 대선 공식도 써지고 있다.

5년마다 주기적으로 ‘치매’에 걸리는 한국정치가 이번에도 역시나 ‘개헌론’을 꺼내든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야권 단일화를 깨기 위한 승부수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단일화 주도권 카드로, 그리고 ‘오리무중’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단일화 이후 정국개편 및 본선에서의 승부수로 개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개헌론’에 아예 말뚝을 박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온다. ‘안철수 현상’이 불러온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에 쐐기를 박기 위해선 ‘4년 중임제’로 개헌을 하고,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시기를 맞춰야 한다고 주문한다. 효율성은커녕 낭비만 되풀이하는 현행 정치구조를 이번에는 확 뜯어고치겠다는 진정성과 확실한 추진동력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말이 좋지, 이번에 대통령이 되면 임기를 19대 국회의원 임기(2016년 5월 31일)에 맞춰 1년 8개월가량 줄이라는 압박이다.

각 캠프에서도 심심찮게 ‘3년 3개월짜리 대통령’이라는 불경(?)스런 말을 누가 꺼내는지만 남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선주자 ‘빅3’ 중 누구 하나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지 않는 그저 그런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데다, 정치개혁에 대한 여론도 무르익었다. 정당학회 조사에 따르면 19대 국회의원 300명 중 202명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고, 국민의 70%도 4년 중임제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속내는 복잡하다. 필승 공식으로 ‘임기단축’이라는 초강력 카드를 내밀지만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낮밤을 새우는 주변권력자들에겐 너무 가혹하다는 말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사석에서 “관객이야 보는 재미라도 있으니 이말 저말 내놓을 수 있죠. 그런데 막상 임기를 3년 3개월로 줄이면 아예 처음부터 식물 대통령이 되라고 하는 건데 그게 쉽겠어요.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정공백은 불 보듯 뻔하죠. 우리가 자원봉사자도 아니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일단 문 후보는 “대통령 4년 중임제는 국민 공론이 모아져 있고 부통령제도 과거 역사를 봐도 도입할 수 있다”면서도, 중임제 도입 시 2016년 총ㆍ대선일을 맞추기 위해 대통령 임기를 줄일 용의가 있는지에 대해선 “1년 8개월 정도는 스스로 포기하는 것인데 헌정상 혼란이 있을 수 있다. 견제와 균형이 무너질 소지가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지지율 정체 현상을 빚고 있는 박 후보 측도 물밑에서 한참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 2007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4년 중임제 개헌 제안 당시 “참 나쁜 대통령이네요”라고 비판했던 박 후보도 최근 새누리당 정치쇄신위원회가 올린 지방분권형 개헌안과 4년 중임제 개헌안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3년 3개월짜리 대통령’에 대해선 말을 삼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변수’에 가장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정치’라는 명분으로 단일화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안 후보 측은 일단 “개헌에 관한 부분은 국민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만 했지만, 여전히 가능성은 남아 있는 셈이다.

<한석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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