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시간을 무려 56년이나 거슬러간 1956년. 소련 공산당 서기장 흐루시초프의 스탈린 비판으로 중·소 이념분쟁이 일기 시작했던 이 시기 충칭(重慶)시 중산구(中山古) 가오탄(高灘)촌에 살던 20살 청년 류궈장(劉國江)은 그보다 10살 연상이며 아이가 넷 딸린 과부 쉬차오칭(徐朝淸)과 사랑에 빠졌다.
어렸을 때부터 같은 마을에서 살던 두 사람이 보다 가까이 접할 수 있게된 계기는 바로 쉬 씨의 자살시도였다.
과부가 되어 아이들과 홀로 남겨진 쉬 씨는 어느날 막내를 등에 업고 물에 뛰어들었다. 마침 류 씨가 나타나 쉬 씨를 구해주면서 ‘러브 스토리’는 시작됐고 결국 부부의 인연을 맺게된다.
그러나 주변의 소문과 시선은 따가웠다. 결국 두 사람은 아이들을 데리고 인적이 없는 해발 1500m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화전을 일구고 가축을 치는 고된 일과에도 류 씨는 사랑하는 아내의 안전한 산행을 위해 수직에 가까운 절벽에다 돌계단을 만들기 시작했다. 반세기가 넘게 오로지 망치와 정 그리고 삽 하나로 6000개의 ‘사랑의 하늘 계단(愛情天梯)’을 놓았다. 계단 옆에는 작은 구멍을 따로 만들어 손으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그러다 지난 2007년 ‘한평생의 보살핌’을 보여준 류 씨가 병사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자신의 발밑에서 사랑을 느껴왔던 쉬 씨도 남편을 그리워하다가 지난달 말 하늘나라로 떠나갔다.
하지만 ‘세기의 사랑’이 주는 감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요즘 중국은 50여년전 러브스토리에 흠뻑 젖어있다. 이들의 얘기는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네티즌은 6000개의 계단을 ‘6000송이의 장미꽃’이라고 비유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시의 형식으로 매 계단마다 수놓아진 순수하고 위대한 사랑을 찬미했다.
두 사람의 사랑은 현재를 살고있는 우리에게 사랑에 대한 재인식과 진지한 반성을 가져다준다. 가난한 두 사람에겐 달콤한 사랑의 선언도, 반짝거리는 결혼반지도, 화려한 결혼식도 없었다.
그러나 류 씨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사랑의 길’을 만들었다. 류 씨는 6000개의 계단을 통해 자신이 책임감있고 당당한 남자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는 ‘사랑한다’를 남발하는 우리 세대 젊은이의 행태보다 백배 천배 나은 ‘외침’이다.
갈수록 세상인심이 각박해지고 사랑도 인스턴트가 되어버리면서 이제 ‘사랑’이란 두 글자는 돈, 집, 자동차, 심지어는 ‘부모’가 되버렸다. 남자가 직장이 없고 수입이 없으면 연애할 자격도 없는 시대다. 여자는 남자의 재력이나 집안배경을 따져본 후 결혼 상대를 선택한다.
두 사람의 사연은 ‘사람은 늙지만 사랑은 늙지않는다’는 말을 떠올리게 만든다. 아마 지금도 천국의 한쪽에선 ‘젊은 청년’ 류궈장은 자신의 곁으로 돌아온 아내를 위해 ‘사랑의 하늘계단’을 또 만들고있을 지도 모른다.
각박하고 무서운 세상, 언제 갈라설 지 몰라 혼인신고도 안한다는 세태속에서 이들의 순애보는 아직까지 사랑의 힘은 죽지않았고 여전히 막강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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