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광양회서 대국굴기로… ‘시진핑 차이나’ 의 외교노선은
금융위기 이후 국제사회서 제목소리…주변국과 잦은 충돌 영토·자원등 자국 이익 철저히 보호…대화통한 강약조절도 병행
美 ‘대중국 포위전략’ 맞서 아태지역 패권놓고 갈등악화 조짐 ‘G2체제’ 에 걸맞은 외교전략·비전 부재 혼란 가중 우려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시진핑(習近平)시대 중국 외교정책의 변화에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중국해나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분쟁 과정에서 중국이 힘과 기세를 앞세워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 주변국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 같은 행태는 주변국에는 19세기에나 있을 법한 ‘신(新)제국주의’로 비쳐지고 있으며 분쟁이 확대될수록 중국과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는 더욱 꼬이는 양상이다. 향후 ‘시진핑 호(號)’의 외교정책 방향은 아직까지 드러난 것은 없다. 당분간 현상유지 외교노선을 유지하면서 강약조절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시진핑 시대의 외교환경이 이전보다 훨씬 복잡하고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도광양회에서 대국굴기까지=개혁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鄧小平)이 집권하면서 중국의 대외정책 노선에 큰 변화가 생겼다.
덩이 강조했던 중국의 외교노선은 ‘도광양회(韜光養晦)’였다. ‘칼집에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힘을 기른다’는 뜻으로 국제사회로부터 배우는 데 중점을 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외교정책이었다.
뒤를 이은 장쩌민(江澤民)은 도광양회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한 발짝 더 나아가 ‘필요한 역할은 한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를 외쳤다. 이에 따라 조금씩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여러 국가와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등 전방위 외교에 나섰다.
4세대 지도자인 후진타오(胡錦濤)는 ‘평화적으로 일어선다’는 의미의 ‘화평굴기’ 전략을 표방했다. ‘굴기’는 ‘산이 우뚝 솟은 모양’을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의 패권적인 이미지를 숨기고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 평화를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뜻이 담겨 있다. 여기에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항하겠다는 의도도 숨어 있다.
또한 후진타오는 부국강병 전략도 채택했다. 과거 중국은 ‘중국위협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신중한 외교를 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신감을 가지면서 공세적으로 전환한 것이다.
남중국해와 댜오위다오 분쟁이 대표적 사례다. 이 같은 영토분쟁에서 보이는 중국의 대응전략에서 과거의 중국 외교와 다른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중국은 지난 4∼6월 스카보러섬(중국명 황옌다오) 영유권을 놓고 필리핀과 해상대치를 감행했다. 일본과의 댜오위다오 분쟁에서도 양보 없는 강공책으로 일관하며 화평굴기를 넘어선 ‘대국굴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후진타오 집권 기간 동안 국제무대에선 ‘중국위협론’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기존 외교노선 유지속에 강약조절로 대응=중국 내에선 시진핑 시대의 외교환경이 후진타오 시절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전문가들은 특히 아시아ㆍ태평양 국가로서의 미국의 등장과 미국의 대(對)중국 포위전략이 가장 부담스럽다는 점을 지적한다.
미국은 올해 초부터 외교ㆍ안보력을 아ㆍ태 지역에 집중했다. 미국은 중국의 태평양 확장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 인도를 잇는 3각 동맹을 강화해왔다. 또한 남중국해와 가까운 호주 북부 해안에 미군기지를 설치하기로 합의했으며 남중국해 한가운데인 싱가포르에는 미 해군 함정 배치를 예약했다. 이어 미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필리핀·베트남에는 외교ㆍ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핵 협력 의지까지 내비쳤다.
이에 맞서 중국은 영토분쟁, 티베트ㆍ대만 문제, 북한문제 등 자국의 핵심이익이나 주권문제가 걸린 현안에선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결기’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강경한 외교전략이 펼쳐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민족주의 교육의 세례를 받은 ‘바링허우(80後ㆍ1980년 이후 출생자)’들이 정부의 강경대응을 촉구하면서 ‘거친 외교’가 만성화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그렇다면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의 외교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대다수 전문가는 중국의 권력교체가 평온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외교정책 측면에서도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기존 외교기조의 강약이 어떻게 조절되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시진핑 시대 중국의 외교는 기존 화평굴기, 부국강병, 유소작위 전략을 정세에 맞춰 적절하게 배합하면서 강약을 조절해 나갈 것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렇지만 중국은 지난 2008년 이후 ‘주요 2개국(G2) 질서’에 상응하는 외교정책을 아직까지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맞춰 체계화된 외교전략과 비전이 없어 상당기간 외교정책의 혼란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감도 만만치 않다.
특히 시진핑 시대에는 미ㆍ중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하느냐가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양국 관계의 협력적 틀을 다시 짜는 데는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중ㆍ미 양국은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위안화 환율이나 인권문제에서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특히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에 대해 중국이 갖고 있는 의구심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지적이다.
jym6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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