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5회> 사랑을 위한 의식 33

예원희는 당혹함에 젖어 있었다. 마치 무대 한가운데에서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관중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으면서도 정작 당사자는 강한 조명 때문에 장님이 된 것 같은 당혹함.

머리통에 걸린 원피스를 벗어내려 애쓰는 동안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고 있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두 손으로 원피스 끝자락을 말아 쥐고 있었으므로 뒤로부터 접근해오는 유호성의 스포츠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아이고, 엄마 !”

그녀의 등 뒤에 바짝 다가선 유호성이 팔을 앞으로 뻗는가 싶더니 두 손으로 덥석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이를 테면 아무런 방어도 하지 못한 채 전략적인 고지 두 곳을 동시에 점령당한 셈이었으니 저절로 ‘엄마!’를 외칠 수밖에.

2차 대전 당시 나치 대원들은 눈도 가리지 않은 채 유태인들을 학살했다. 눈을 가린다는 것은 어쩌면 공격하는 자가 베푸는 최후의 예의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현실이 두려워도 눈을 질끈 감으면 순간이나마 진지하게 과거를 회상할 수 있다.

예원희는 그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엄마를 찾고야 말았다. 그건 어찌 보면 스포츠섹스의 세련미가 빵점이란 뜻. 다시 풀어보자면 그녀는 생물학적으로 순수하기 이를 데 없는 숫처녀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었다.

“가만히 좀 있어 봐요, 원희 씨.”

세상에… 벌겋게 달구어진 인두로 예민한 살갗을 지지면서 가만히 있으라고 부탁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유호성은 손바닥으로 어떤 느낌을 감지하는지 모르겠지만 예원희의 가슴에 돋아난 작은 돌기는 뜨거워서… 뜨거워서 홧홧해지는 느낌이었다.

“아이, 어쩌면 좋아!”

그녀는 애원하듯, 흐느끼듯 이렇게 속삭였지만 유호성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의 등에 더욱 바짝 다가서서 왼쪽 팔로 가슴 전체를 끌어안더니… 자유로워진 오른쪽 손으로 그녀의 오동통한 엉덩이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엉덩이의 희고 둥근 곡선을 따라 뜨겁게 지져오던 인두가 드디어 열점지역 근처에 다다르자 예원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힘껏 원피스 자락을 잡아당기자 겨우 코와 입 부분만 벗겨졌을 뿐, 눈언저리는 더욱 단단히 조여져서 그야말로 유난스럽게 안대를 두른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눈을 가렸으니 공격하는 자로서의 예의는 갖춘 셈이었지만… 그의 행동은 거칠기 짝이 없었다. 북한에서는 최고급 제품임에 분명한 더블베드가 휑하니 비어 있어도 그는 막무가내.

이상한 일이었다. 완전히 격식을 차린 섹스보다 무언가 막돼먹은 행위가 좋을 줄이야. 증오가 끓어오르더니 느닷없이 희열로 빠져드는 야릇함. 그녀의 머리 없는 알몸을 보는 순간 잠재되어 있던 그의 욕구는 빠른 속도로 핏줄을 타고 번져 모르핀처럼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러자 쾌감! 쾌감!

그는 서있는 자세로 합체를 시도했다. 숨이 가쁜 것을 보니 몸도 뜨거워졌을 것이다. 그는 숨을 몰아쉬면서도 온 힘과 노력을 바쳐 그녀를 즐겁게 해줄 요량이었다. 그러고 보니 유호성은 아직 바지도 벗지 않은 채였다.

“야성, 열정, 사랑… 그 모든 걸 한꺼번에 느껴봅시다. 남북교류가 별건가요?”

그는 급히 바지를 벗어던지며 말했다. 예원희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몸을 기역자로 구부린 채 엉금엉금 걸어가서 침대 모서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각오한 듯… 움켜쥔 두 손에 힘을 꼭 쥐었다.

환상이겠지만, 그 순간 질끈 감겨진 눈 속으로 떠오르는 사람은, 뜨거운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더듬고 있는 사람은… 남한의 속도 차 드라이버 권도일이었다. 아, 아! 혼란하기 짝이 없었지만 유호성이 강한 팔뚝을 뱀처럼 휘어 감으며 아랫도리를 힘차게 들이 밀자 저절로 그녀의 몸이 비틀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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